학교 점거까지..."기후위기 똑바로 가르쳐라" 세계 청소년들 '분노'

입력
2023.09.26 15:58
수정
2023.09.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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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고교서 '학교를 위한 그린 뉴딜 캠페인' 시작
청소년이 직접 변화 위한 기후행동 나서
유럽 학생들은 '학교 점거' 등 급진적 행동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후 파업' 행진에서 한 어린이가 '내가 미래를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뉴욕=AFP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후 파업' 행진에서 한 어린이가 '내가 미래를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뉴욕=AFP

미국 전역의 고등학생들이 25일(현지시간) "지금 당장 학교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라"며 행동에 나섰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이들로부터 학교 현장과 미래를 구하기 위해서다.

유럽에서는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청소년들이 학교를 점거하는 '기후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 고교생이 기후행동에 나서는 이유

2017년 설립된 미국의 청소년 기후운동 단체 '선라이즈 무브먼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학교를 위한 '그린 뉴딜 캠페인'을 공식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래 세대인 청소년 당사자들이 머무는 학교에서부터 기후행동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들은 학교에서 기후정의 커리큘럼을 마련해 가르치고 100% 청정에너지로 학교 인프라를 운영할 것 등을 요구했다. 미국의 50여 개 고교 재학생 150여 명이 일리노이에서 올해 여름 캠프를 하면서 이 같은 요구 사항을 정리했다.

영국 가디언은 "학교에서 기후변화 교육과 활동을 금지하려는 우파의 노력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짚었다. 기후변화를 '사실'이 아닌 '음모론'이라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대표적 기후변화 부정론자다. 공화당이 장악한 주(州)를 중심으로 공교육의 기후변화 교육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텍사스주 교육위원회는 올해 초 과학 교과서에 화석연료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도록 장려하는 지침을 내렸고, 아이다호주는 아예 기후위기 언급을 삭제했다. 플로리다주에선 기후운동가를 나치에 비유하고 지구온난화를 자연 순환의 일부로 보는 보수 미디어회사 '프레이거유'의 애니메이션 영상 배포를 승인했다.

150여 명의 미국 고교생들이 이번 여름 일리노이에서 학교를 위한 그린 뉴딜 캠페인을 제안하며 행진하고 있다. 선라이즈 무브먼트 홈페이지

150여 명의 미국 고교생들이 이번 여름 일리노이에서 학교를 위한 그린 뉴딜 캠페인을 제안하며 행진하고 있다. 선라이즈 무브먼트 홈페이지

선라이즈 무브먼트를 조직한 아다 크랜달(17)은 "극우 정치 세력은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한 진실을 배우지 못하도록 공교육과 싸우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왔다"며 "우리는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들은 오는 28일 미국 워싱턴에서 민주당 소속인 자말 보먼 하원의원(뉴욕), 에드 마키 상원의원(매사추세츠)과 기후 교육 강화를 위한 입법 문제를 논의한다.

유럽에선 '학교 점거'… "급진적 행동 취해야"

유럽의 청소년들은 보다 급진적 행동에 나섰다. 올해 5월에는 영국, 독일, 스페인, 벨기에, 포르투갈, 체코 등에서 청소년들이 고교와 대학 등 학교 22곳을 점거했다. 지난해 9~12월 학교 50곳을 점거한 데 이은 두 번째 기후 파업이었다. 이 중 3개 학교에서는 경찰이 무력 진압할 정도로 분위기가 뜨거웠다.

지난 5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학생들이 한 고등학교를 사흘간 봉쇄하고 리스본대 학장실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거리를 막고 교통 통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시위자들은 "화석연료 사용 종식을 위해 모든 사회가 우리와 함께 급진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며 "사회 전체가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는 대중 운동이 되어야만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촉구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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