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민 10명중 8명이 병원에서 사망하는 현실. 그러나 연명의료기술의 발달은 죽음 앞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린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가.
최근 3년간 세계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코로나19 대유행은 큰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평생 잊지 못할 큰 아픔으로 간직하고 있는 이들은 사망한 코로나 환자의 가족이다.
A씨의 아버지는 고열과 심한 기침으로 코로나19 진단을 받고 갑작스럽게 입원했는데, 그것이 아버지와 마지막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격리병실로 입원해 면회도 어려웠고, 중환자실에서 위독한 상태일 때도 가족 대표 한 명이 모니터로만 지켜볼 수 있었다. 환자가 임종한 후에는 수의 대신 입던 옷 그대로 비닐백에 담긴 뒤 관에 들어갔다.
유족에게 허용된 것은 비닐백에 싸인 모습을 유리창 너머로 지켜보는 것이었다. 운반을 위해 관을 묶은 뒤 안치실을 거쳐 화장장으로 향했다. 화장장에서도 다른 사망자의 화장이 마무리된 뒤 오후 늦게 죄인처럼 코로나 환자는 화장이 따로 이루어졌다. 화장 전 관 한번 못 만져보고 30m 떨어져 인사만 할 수 있었다.
2020년 초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사망자가 발생하자, 장례 과정에서 시신과 유족의 접촉에 의한 감염 우려로 '선 화장-후 장례' 지침이 도입되었다. 먼저 시신을 화장한 뒤, 가족들에게 연락하여 장례를 치르게 하는 방식이다. 방역 당국은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하여 '코로나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을 2020년 2월 24일 발표하였다. 의료기관은 시신 처리 방법에 대해 가족에게 설명하고 사전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 진행했지만, 정부 지침을 거역하는 경우는 없었다.
방역 당국이 선화장-후장례 지침을 실행한 이유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에볼라 바이러스와 동일 등급으로 규정했기 때문이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사체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대표적 질환으로 장례식을 통한 유행이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하면서, 사체 처리에 대한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코로나19도 발생 초기에 어떤 방식으로 전파되는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인도와 스리랑카 등의 나라에서도 코로나19 양성 사망자에 대해서 화장을 권장하는 국가 지침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체를 통해 감염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고, 장례가 질병전파와 무관하다고 세계보건기구에서 2020년도 3월과 9월 두 번,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2020년도 5월에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이후 어느 연구도 사체를 통한 코로나19 전파를 입증하지 못하였다. 이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인도는 2020년 6월에, 스리랑카는 2021년 2월에 코로나19 사망자의 화장에 대한 국가 지침을 철회하였지만 장례 보조금까지 주면서 선화장-후장례 지침을 공식적으로 실행하고 지속한 국가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의료전문가들이 이 정책은 '과학이 아니라 미신이다'라는 말로 비판하고, 유가족들은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박탈당한 것에 대해 여러 경로로 문제를 제기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의학계 의견을 인용하며 "어떠한 과학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유족의 추모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고, 시신으로부터 감염됐다는 보고는 없으므로 시신을 화장해야 할 근거도 찾기 어렵다"고 지적하였으나, 우리나라는 거의 2년이 지난 2022년 1월에야 해당 국가 지침을 철회하였다.
선 화장-후 장례 지침이 변경되기 전까지 코로나19로 사망하고 제대로 장례를 치르지 못한 국민은 6,500여 명으로 추산된다. 환자들과 그 유가족이 겪었던 정신적 상처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과학적 근거 없는 방역 대책이 다시는 반복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