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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높아진 국경 넘어서려면

입력
2023.09.27 00:00
26면

글로벌 경제에서 뚜렷해진 국경선 효과
교역위축 타격이 집중되는 한국과 독일
자유민주 가치 공유국과 연대 강화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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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인도 정부는 외국인 직접투자 정책 '프레스 노트(Press Note) 3'을 통해 인도와 국경선을 맞댄 국가가 인도에 투자하는 경우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인도와 국경을 접한 국가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 중국 등 여러 국가가 있고 인도 기업에 대한 기회주의적인 인수·합병을 제한하는 사전승인이라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인도에 대한 투자 제한 또는 중국의 인도 접경 국가를 통한 우회투자 방지 조처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 간에 갈등, 분쟁, 심지어 전쟁이 발생하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흔하다. 하지만, 직접 충돌이 아니어도 물리적·경제적 교류를 제한하는 국가 간 장벽의 강도는 특히 최근 높아지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국경선 효과(border effects)'라는 이름으로 국가 간 경계에 따른 교류 제한 효과를 측정하는데, 심지어는 국가 간 장벽 역할이 약한 국경선에서도 상당한 영향이 있다고 보고된다. '국경선 효과'를 선도적으로 소개한 유명한 사례가 미국과 캐나다 대상 연구인데, 미국 도시 간에 이루어지는 교역량에 비해 비슷한 거리에 있고 유사한 경제 규모를 갖는 미국과 캐나다 도시 간 교역량이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즉, 다른 조건이 유사해도 국경선이 구분되어 있으면 경제적인 교류의 강도는 약해진다는 뜻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사회·경제적인 유사성이 높고 두 나라 국민의 이동에 있어 제약이 적으며, 캐나다 퀘벡 지역을 제외하면 언어 장벽도 없어 국경선이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실증분석에서 국경선 효과가 관찰된다. 물론, 사회·문화·경제체제의 이질성이 큰 경우라면 국경선 효과는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에 비해 훨씬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최근 국제갈등 가운데 글로벌 분업체제가 약화하는 상황에서 국가 간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에 따른 '국경선 효과'의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나 독일과 같이 수출주도형 경제를 통해 글로벌 분업체제의 혜택을 크게 받아 온 국가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은 국경선 효과가 감소하고 전 세계적으로 통합된 시장이 확대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시장의 확대와 세계시장 편입 과정에서 가장 큰 혜택을 입은 것이 우리나라와 독일인 반면, 글로벌 분업체제 약화라는 최근 국제무역질서 재편과 함께 높아지는 국경에 따른 거래 제한 효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곳 역시 우리나라와 독일이다.

물론 국제환경 자체를 우리가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강화되는 국경선 효과를 역으로 이용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인도 투자를 제한하는 것과 같이 중국과 인도 간 국경선 효과는 커졌지만, 중국으로부터의 투자와 중국과의 무역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가 인도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인도가 국제무역과 분업의 이점을 모두 포기하고 자급자족형 폐쇄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투자와 무역의 대상은 반드시 요청된다는 뜻이고 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의미한다. 비단 인도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와 시장도 마찬가지다.

결국, 국경선 효과가 강화되는 세계 환경이라면, 국가 간 장벽 요소가 작으며 교류와 협업체제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대를 발굴하고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업체제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상대국가의 경제와 시장 규모는 크면서 교역·운송 등에서 거래비용이 낮은 국가가 최우선 고려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 간 장벽 요소가 적으려면 경제적인 비용 이외에도 사회·문화와 제도적인 공통분모가 큰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유민주적인 가치와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를 함께할 수 있는 국가인지가 특히 장기 투자와 거래의 상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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