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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짚은 이재명, 법원 '묵묵부답' 출석… 영장심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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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제1야당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할 때와는 달리 묵묵부답 법정으로 향했다.
단식 중단 후 회복치료 중인 이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30분쯤 검은 정장 차림에 한쪽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서영교·천준호·고민정 의원 등이 그를 부축했다. 이 대표를 태운 차량은 오전 10시 3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 후문에 모습을 비쳤다.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영장실질심사 시간에 지각한 셈이다. 이 대표는 차량에서 내린 뒤 오른손엔 지팡이를, 왼손엔 우산을 들고 천천히 법정으로 향했다. 느릿했지만 부축은 받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영장심사를 받는 소감이나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발을 디딛는 곳만 응시한 채 조심스레 청사 안으로 들어섰다. 법정으로 이동 중 크게 휘청였지만 법원 관계자 도움을 받아 넘어지진 않았다.
영장심사는 서관 321호 법정에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검찰 측은 8명의 검사를 투입해 이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피력할 계획이다.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 4명,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했던 수원지검 수사팀 소속 검사 4명이 심사에 출석한다. 김영남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 최재순 공주지청장 등 두 사건을 수사한 부장급 검사도 포함됐다. 이날 심사에 앞서 검찰은 1,500여 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요약 설명을 위해 준비한 파워포인트(PPT)도 500여 쪽에 달한다.
이 대표 측에서는 김종근·이승엽 변호사 등 판사 출신 변호인단이 방어에 나설 예정이다. 검찰 조사에 입회했던 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도 이날 함께 출석했다. 이 대표 측은 혐의 성립 여부는 물론, 검찰의 구속 필요성을 반박하는 데 변론의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해졌다.
유 부장판사는 심사 중간중간 궁금한 점을 직접 검찰과 이 대표 측에 물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방대한 분량의 설명자료를 제출한 만큼, 영장심사는 장시간 이뤄질 전망이다. 역대 최장인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10시간 6분)의 심사 시간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표 구속여부는 다음날(27일) 새벽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경기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 사업에서 민간업자들에게 인허가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게 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는다. 경기지사 시절 정치적 이익을 얻는 대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북한에 지급해야 할 방북비용 등 800만 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대납하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외국환거래법 위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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