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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아빠 찬스, 부동산 투기도 프리패스... '현역의원 불패' 신화 언제까지?

입력
2023.10.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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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건 인사요청안 중 현역 의원 낙마는 '0'
전직으로 넓혀도 '1'… 고질적 동료 감싸기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이 되기 전 "문재인 모가지를 따는 것은 시간 문제"라거나 12·12 군사쿠데타를 옹호하는 등 각종 막말로 논란이 됐던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지난달 27일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신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고 있지만, 민주당 국방위원들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21대 국회 국방위 소속으로 국민의힘 간사를 맡아 활동해 온 신 후보자가 민주당 의원들과 교분이 두텁기 때문이다. 이른바 '현역 불패' 신화가 이번에도 힘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6월 인사청문회 제도가 시작된 이래 모두 233건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20건)·국무위원 인사청문요청안(213건)이 접수됐다. 이 중 대통령 임명 전 자진사퇴나 철회 등으로 낙마한 후보자는 모두 21명(총리 4명·국무위원 17명)이다. 인사청문 절차가 진행 중인 3명(신원식·김행·유인촌)을 제외하면 9.1%의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셈이다.

반면 의원 불패 신화는 강력하다. 총리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때 국회의원을 경험한 이들은 모두 68명(전직 16명·현직 52명)이다. 현역 의원의 경우 단 한 사람도 낙마한 적이 없고, 전직 의원으로 범위를 넓혀도 윤석열 정부 들어 정치자금법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유일하다. 낙마율은 1.4%에 그친다. 반면 비의원 출신은 모두 165명인데, 이들 중 20명이 낙마해 12.1%의 낙마율을 보였다.

낙마율이 낮다고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비의원 출신이 낙마했던 사유들이 의원들에게서 재연된 경우도 많았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인철 전 후보자와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이른바 '아빠 찬스'가 논란이 됐다. 김 전 후보자는 가족의 풀브라이트 장학금이, 정 전 후보자는 아들·딸의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논란으로 낙마했다. 같은 시기 박진 외교부 장관 인사 검증 과정에서도 박 장관 딸이 '아빠 찬스'로 미국 워싱턴 소재 한미경제연구소(KEI)에 특혜 취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때 지명된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15일 만에 자진사퇴했는데, 이른바 '창조과학' 등 유사 과학이 논란이 됐다. 이보다 조금 앞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지명됐던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유사 역사학의 입장에서 동북아 역사지도 사업을 무산시켰다는 의혹을 받았다. 도 의원은 부인했지만 환단고기 등 유사 역사학을 추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약간의 잡음이 있었지만 도 의원은 무리 없이 장관에 임명됐다.

가족의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다운계약서 작성, 한국 국적 포기 같은 '단골' 낙마 소재 또한 의원들에게 '통과 의례'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다주택 보유 등 부동산 투기와 자녀 편법 증여가 논란이 돼 낙마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시절 현역 의원이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이명박 정부 시절 주호영 특임장관의 경우 부동산 투기 논란이 일었지만 인사청문 절차를 무난히 넘겼다.

김대중 정부 때 장상 총리서리는 부동산 투기와 자녀 국적 논란 끝에 인사동의안이 부결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녀 국적 논란에도 무난히 장관직 임명장을 받았다.

장관 후보자는 국회의 동의가 없어도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임명이 가능하지만 총리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2000년 첫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대상자였던 이한동 전 총리를 포함, 모두 20명의 인사가 국무총리로 지명이 됐는데 이 가운데 낙마한 4명은 모두 비의원 출신이다. 김대중 정부 때 장상·장대환 총리서리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김태호(이후 국회의원 당선)·안대희 후보자는 논란 끝에 지명 철회됐다.

역대 정부는 국회 인사청문회 부담을 덜기 위해 현역 의원을 발탁해 왔다. 2006년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이래 현역 의원을 가장 많이 장관으로 기용했던 건 문재인 정부다. 60명 가운데 20명이 현역 의원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50명 가운데 11명, 이명박 정부가 58명 중에 11명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는 신 후보자를 비롯해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박진 외교부 장관·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 등 4명의 현역 의원을 국무위원에 발탁했다.

김도형 기자
배시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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