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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를 시작한 하늘의 '제트맨'들

입력
2023.09.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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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 이브 로시(Yves Rossy)

제트팩을 이용해 비행 시범을 보이는 '제트맨' 이브 로시. flickr, Yves Rossy

제트팩을 이용해 비행 시범을 보이는 '제트맨' 이브 로시. flickr, Yves Rossy

소형 제트엔진을 장착한 개인용 비행 장비를 ‘제트팩(jet pack)’ 또는 ‘로켓벨트’라 한다. 19세기 말 SF소설에 처음 등장했다는 제트팩은 20세기 양차 대전을 거치며 익스트림 스포츠나 군사적 용도로 실험 연구가 본격화됐다. 1919년 러시아의 한 발명가가 설계한 산소-메탄 연료 제트팩이 시제품으로 제작되진 못했지만 원리적으로 날 수 있는 첫 모델이라고 한다.

제트팩은 고순도 과산화수소나 압축질소, 등유 등을 태워 그 열에너지로 추력을 얻는다. 지상에서 파이프로 연료를 공급받든, 팩 자체에 연료탱크가 장착돼 있든 제트팩이 날기 위해서는 비행사와 장비 무게를 지탱하며 중력보다 센 추력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니 비행 고도에서나 거리 면에서 한계가 있고, 개발 비용도 만만찮다. 비행 안전에도 취약하고 정교한 조정도 힘들다. 수백m에서 수 km에 이르는 비행 기록을 달성한 예는 더러 있지만, 그건 모두 윙슈트 베이스점퍼들처럼 고지 등반이나 비행기로 고도를 확보한 뒤 하강하면서 제트 엔진의 추력을 보조적으로 활용한 경우다. 그래서 아직은 우주비행사들의 무중력공간 이동 수단 또는 단거리 스턴트 쇼 용도로만 이용될 뿐 실용적이라 할 만한 모델은 개발되지 못했다.

스위스 공군 조종사 출신 상업비행사 겸 모험가 이브 로시(Yves Rossy, 1959~)가 2008년 9월 26일 제트팩 비행으로 영국해협을 횡단한 것도 그런 방법이었다. 그는 4대의 등유 제트엔진을 장착한 제트팩을 입고 비행기로 프랑스 칼레 상공 2,500m 지점까지 상승한 뒤 최고 시속 300km 속도로 9분 7초 동안 35km를 날아 영국 도버 해안에 도착했다. 순풍 덕에 계획보다 2분 30초가량 앞당겨 도착한 그는 해안에 모인 관중들 위에서 약 25초간 곡예비행까지 선뵀다. 그는 하지만 이듬해 11월 지브롤터 해협 횡단에는 실패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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