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송파구 일가족 사건', 제3자 타살 정황 없어... 생활고 겪은 듯"

추락사 여성 외 4명 오늘 부검의뢰
여성 '사업명목' 투자 받았다 피소

24일 서울 송파구 송파동의 한 빌라 앞에 숨진 일가족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가구가 놓여 있다. 최현빈 기자

'송파구 일가족 사망' 사건에 가족 이외의 인물이 개입해 살해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 가족은 빚 갈등과 더불어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추락사한 40대 여성을 제외한 남편과 딸, 시어머니, 시누이 등 4명의 부검을 의뢰했다"며 "다만 가족 외에 제3자가 개입된 정황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23일 오전 7시 29분쯤 송파구 아파트 단지에서 사람이 추락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심정지 상태의 여성 A씨를 발견했다. 이후 A씨 동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주거지인 빌라에 숨져 있는 A씨 남편과 시누이, 시어머니를 확인했다. 경기 김포시 한 호텔에서 A씨의 10대 딸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A씨는 지인들에게 투자금을 받았다가 올해 6월 3명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특히 그는 시어머니와 시누이에게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 자택에서는 남편과 시누이가 각각 쓴 '채권·채무 문제로 가족 간 갈등이 있었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화폐(코인)나 주식 명목으로 투자를 받은 건 아니고 사업 관련이었다"며 "6월 고소 건 외에 또 피소된 사건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 가족은 최근 주민센터에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 가능 여부를 상담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A씨 부부는 한때 외제 승용차를 모는 등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외관을 갖췄지만, 최근 채무 관련 문제가 잇따르면서 가계 상황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주민센터에서도 "가구의 소득과 재산 기준이 초과돼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란 답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가족 중 한명 명의로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호텔에서 사망한 초등학생 딸은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 분석 등을 토대로 A씨가 22일 딸과 함께 호텔에 투숙한 뒤, 이튿날 오전 혼자 숙소를 빠져나와 송파구 아파트로 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빌라에서 발견된 3명은 A씨 투신 전날인 22일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통신기록 조회 결과, A씨가 23일 오전까지 그가 남편에게 연락을 시도한 점으로 미뤄 그가 남편, 시어머니, 시누이의 사망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숨지기 전 가족과 연락했는지는 좀 더 확인을 해봐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롤스男 등 'MZ조폭' 연관 수사

경찰은 'MZ 조폭' 의혹이 제기된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 사건과 관련해선 피의자들이 외제차량을 몰 수 있었던 경위와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롤스로이스 사건 피의자의 계좌 거래내역 분석 등을 통해 조폭 관련성 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코인 사기 고소 사건도 강남서에서 이첩받아 관련자 조사를 마쳤다"고 말했다. 경찰은 람보르기니 사건 피의자의 계좌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두 피의자가 아는 사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두 사람이 마약류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혐의에 대해선 병원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중이다. 이 관계자는 "병원이 취급하는 마약류는 관계기관과 협의해 단속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