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사령관 "우리는 진실되게 했다"... 박정훈 대령 두둔?

입력
2023.09.25 12:10
수정
2023.09.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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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사령관-중수대장 통화 공개
김계환 사령관 "정훈이가 답답해서"
중수대장 "외압·위법한 지시 다들 느껴"
해병대 "수사단원 안정시키려 통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2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73주년 서울수복 기념행사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2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73주년 서울수복 기념행사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보직 해임된 날 박 전 단장의 부하에게 "우리는 진실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사건 핵심 인물인 김 사령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군인권센터는 24일 김 사령관과 박 전 단장의 부하인 해병대 중앙수사대장(중수대장)이 지난달 2일 오후 9시 48분부터 4분 42초간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은 박 대령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후 보직 해임된 날이다.

김 사령관은 중수대장에게 "어차피 우리는 진실되게 (조사)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어. 정훈이가 답답해서 그랬겠지"라고 말했다. 김 사령관이 수사단 수사를 신뢰하고, 박 대령의 사건 이첩도 두둔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고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 촉구 해병대 예비역 연대 1차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고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 촉구 해병대 예비역 연대 1차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김 사령관은 또 "정훈이가 국방부 법무관리관하고 얘네들 통화한 거 다 있을 거 아니야? 기록들 다 있지?"라며 박 대령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의 통화 기록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에 중수대장은 "네 맞습니다. 기록도 있고, 그 통화할 때 저하고 지도관하고 다 회의 중간에 법무관리관이 전화 오고 해서 옆에서 다 들었다"며 "너무 이렇게 외압이고 위법한 지시를 하고 있다라고 다들 느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사령관은 "결국 그것 때문에 본인(박 대령)이 책임지겠다는 거 아니야"라며 "이렇게 하다가 안 되면 나중에, 내 지시사항을 위반한 거로 갈 수밖에 없을 거야"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박 대령의 사건 이첩을 문제 삼다가 항명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두 사람은 군 검찰이 이미 경북경찰청으로부터 해병대 수사결과를 회수한 사실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수대장은 김 사령관에게 "경찰에 넘긴 기록도 국방부에서 이렇게 받아가겠다고 그런 식으로 또 무리하게 지금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기록을 (도로) 가져가는 순간 자기들 다 발목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검찰의 서류 회수가 위법 행위임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김 사령관은 녹취록과는 상반된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지난달 2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군의 엄정한 지휘와 명령체계를 위반하는 군 기강 문란 사건까지 있었다"며 박 대령이 자신의 지시사항을 따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해병대는 녹취록 내용에 대해 "해병대사령관이 해병대 중앙수사대장과 통화한 이유는 전 수사단장이 보직 해임되자 동요하고 있는 수사 단원들을 안정시키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밝혔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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