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한부터 실천해 '성의' 보여라

입력
2023.09.25 04:30
27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왼쪽) 국무총리가 23일 중국 항저우 저장성 항저우 시후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왼쪽) 국무총리가 23일 중국 항저우 저장성 항저우 시후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석차 중국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먼저 밝혔다고 우리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가 만난 지 16일 만에 다시 한중 최고위급 회담이 이뤄진 건 고무적이다. 이런 만남에서 시 주석이 방한 의사를 비친 것도 환영할 일이다.

다만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시 주석의 방한 언급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오히려 “한국이 중국과 함께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고 서로 존중하며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의식한 듯 한국이 중국을 중시한다는 걸 먼저 실천해 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외교의 기본이 상호주의에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서로 상대방을 동등하게 존중할 때 양국 관계도 발전할 수 있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국빈 방문 이후 방한한 적이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두 차례 방중에도 답방은 없었다. 상호주의에 입각, 이번엔 시 주석이 방한하는 게 순서다. 지금도 늦었다. 정말 한국을 존중한다면 말로 그칠 게 아니라 정책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건 시 주석 자신이다.

한국과 중국은 오랫동안 교류해 온 이웃 나라이다. 경제적으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묶여 있다.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로 지역 안보가 불안해지는 건 양국의 국익에 모두 불리하다. 한중 정상이 상호 방문하는 건 조건을 붙일 일이 아니다. 우리 정부도 시 주석의 방한에 연연하지 말고 당당하게 요구할 건 요구하며 협상하는 게 필요하다. 저자세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교훈은 이미 충분하다. 코로나19로 끊겼던 한중 정상의 교류와 소통이 하루빨리 재개돼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한반도 평화와 양국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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