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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투기 담배꽁초 하루 1246만6968개비, 내 몸에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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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에 약 1㎏에 달하는 쓰레기를 버립니다. 분리배출을 잘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쓰레기통에 넣는다고 쓰레기가 영원히 사라지는 건 아니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버리는 폐기물은 어떤 경로로 처리되고, 또 어떻게 재활용될까요. 쓰레기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길거리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쓰레기. 환경단체나 학교에서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을 하면 가장 빨리 모을 수 있는 쓰레기. 뭔지 아시나요? 바로 담배꽁초입니다.
국내 하루 평균 담배 판매량은 1억7,200만 개비. 이 중 7.25%인 1,246만6,968개 담배꽁초가 매일 길거리에 무단투기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환경부, 2020년 담배꽁초 관리체계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
빗물받이에 가득 찬 꽁초는 침수를 유발하고, 완전히 꺼지지 않은 꽁초 불씨가 화재로 이어지기도 하죠. 거리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재해를 유발하고, 미세 플라스틱 같은 환경 오염원을 만드는 담배꽁초. 제대로 버리고, 재활용도 할 방법은 없을까요.
담배꽁초 수거·재활용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국내 실정상 현재 꽁초는 '기타 폐기물'로 분류돼, 일반 쓰레기와 함께 매립하거나 소각 처리됩니다. 문제는 환경부 보고서에서 보듯 수많은 꽁초가 쓰레기통에 안착하지 못하고 길에 버려진다는 점이죠.
흡연장소 주변에 재떨이나 쓰레기통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식당 옆 골목, 사람이 가득 찬 흡연부스 주변 등 버리기 마땅찮은 상황에서는 대개 길거리에 휙 버리기가 쉽습니다. 크기가 작고, 냄새는 나고, 재는 떨어지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들 그렇게 버리니까요. 한국은 일본처럼 휴대용 재떨이 사용이 보편화된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땅에 버려진 꽁초는 하수구나 빗물받이 등에 유입돼 비·바람에 씻기고, 수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물리적으로 잘게 쪼개집니다. 앞서 언급한 환경부 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최소 45만~최대 231만여 개, 즉 연간 최대 8억여 개의 담배꽁초가 수로를 따라 바다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2021년 제주 해안에서 플로깅을 해보니, 수거된 쓰레기 22.9%가 꽁초이기도 했죠.
문제는 담배꽁초 필터가 플라스틱 일종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CA)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담배 필터 하나에만 1만2,000개 정도의 가는 CA 섬유가 들어 있다는데요. CA는 생분해에 10~12년이 걸리고, 분해 과정에서 유해성 화학물질도 배출됩니다. 바다로 이동 과정에서 태양 자외선에 의한 광분해와 물리적 마찰로 CA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고, 이는 어류·어패류 등 인간이 섭취하는 해양 생물에 쌓여 결국 다시 인간의 몸에 되돌아오게 됩니다.
이 와중에 서울시는 올해 6월 '꽁초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담배꽁초 없는 서울 만들기 추진 계획'을 세운 것인데요. 휴대용 재떨이·시가랩(꽁초 밀봉 용지) 보급,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 확대 설치, 무단투기 시 과태료 상향 등을 대책으로 내놨습니다. 결국 흡연자의 '습관 바꾸기'를 통해서 잠깐의 귀찮음을 이기고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입니다.
우선 무단투기 적발 횟수가 누적되면 과태료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꽁초 무단투기 과태료는 건당 5만 원인데요. 서울시는 이를 1차 적발 5만 원, 2차 15만 원, 3차 20만 원으로 바꾸는 방안을 환경부에 건의했습니다. 시는 KT&G와 협업해 휴대용 재떨이를 무상 보급하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일정 분량 꽁초를 모아 오는 지역 주민에게 소정의 보상금이나 종량제 봉투를 지급하는 '담배꽁초 수거 보상제'도 한 대안입니다. 현재는 서울시 용산구와 성동구, 경기 의정부시가 운영 중입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환경부, 한국환경공단이 담배꽁초 재활용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아직 (재활용) 상용화 단계로 나아가지는 못해서, 미화 목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담배꽁초 전쟁'에 참전한 스타트업들도 있습니다. 서울시가 내년에 시내 편의점들에 무상 보급할 계획인 '시가랩'이 대표적입니다.
시가랩 캠페인은 흡연 후 접착성 있는 특수용지를 이용해서 담배꽁초를 밀봉해 잠시 담뱃갑이나 주머니에 보관한 뒤 쓰레기통에 버리게 유도합니다. 냄새와 재를 일시적으로 막아줄 '작은 봉투'인 셈이죠. 시가랩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제품을 공짜로 받을 수 있습니다. 당장 수익성 있는 사업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함부로 꽁초를 땅에 버리는 게 보기 싫었던" 애연가 대표의 진심에서 출발한 '흡연 문화 개선' 캠페인이었다네요.
성동구에 시범 설치된 '스마트 흡연부스'는 스타트업 까치 작품입니다. 밀폐형 흡연부스지만 정화 필터·환풍기·음압 설비로 담배연기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실내 공기도 쾌적하게 유지된다고 합니다. 부스 내 재떨이에 모인 꽁초는 장기적으로 파쇄와 독성 제거 과정을 거쳐 재활용 방안도 모색한다는 게 구청 설명입니다.
사실 꽁초 재활용은 아직 전 세계 연구실에서 도전 중인 과제입니다. 벽돌 또는 아스팔트 반죽 시 내구재·단열재 등으로 쓰는 방안, CA에서 추출한 섬유를 완구·베개 같은 제품 충전재로 사용하는 방안 등 각종 실험들이 계속되고 있죠. 환경부도 2022년 '담배꽁초 회수·재활용 체계 시범구축·운영 및 적용 가능성 분석' 보고서를 냈지만, 당장 뾰족한 해답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꽁초 무단투기를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겠죠. 최재웅 시가랩 캠페인 매니저는 말합니다. "(꽁초 문제 해결을 위한)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항상 말씀드리거든요. 시가랩은 수단이지 종착역은 아니거든요. 결국 사람들이 땅에 버리지 않게끔 흡연 문화를 바꾸는 게 최종 목표죠." 금연이 권장되지만, 흡연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다만 영화 킹스맨의 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담배꽁초 뒤처리 매너가 애연가의 품격을 만드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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