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안개 속에 빛나는 저 단풍잎처럼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은 밤낮의 길이가 같은 추분이었다. 한낮은 아직 더위가 남아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계절의 변화는 이렇게 천천히, 우리의 옆으로 다가온다. 자연의 변화를 확인하려 이른 아침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서호공원을 찾았다. 이곳은 조선 정조 때 조성된 관개 저수지인 ‘축만제’를 품고 있다. 푸른 호수와 농촌진흥청 시험답(試驗畓)이 있어 가을을 만끽하려는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아 주변이 어두워 산책 나온 사람들은 가로등 불빛을 의지했다. 짙은 새벽안개까지 드리우자 앞사람의 형체만 어슴푸레 보였다. 문득 눈앞에 펼쳐진 길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우리네 인생길과 닮았다고 느껴졌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걷다가 물들어가는 단풍잎이 눈에 띄었고, 그 순간 가을의 도래가 반가웠다. 어둠 속이지만 나뭇가지 끝부분에 물들어가는 단풍을 발견하니 삶에서 ‘희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추분이 지나면 곧이어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와 첫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다가온다. 새벽 찬 이슬과 서리를 맞은 잎들은 알록달록한 단풍잎으로 변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새벽안개는 불확실성이 아니라 단풍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빛내주는 조연이 될 것이다. 안개와 단풍은 서로 상반되는 존재이지만, 함께 어우러져야 가을의 풍경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자연의 이치처럼 우리네 인생도 고난과 희망을 함께 겪어야 더 빛나는 인생을 빚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