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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 압박 안 통했다... 29명 이상 체포동의안 찬성으로 돌아서

입력
2023.09.21 18:30
수정
2023.09.21 22: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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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표결, 2월과 무엇이 달랐나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표결은 재석 295인,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뉴시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표결은 재석 295인,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21일 통과됐다. 비이재명(비명)계에서 최소 29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산된다. 당은 '부결'을 강조하며 표 단속에 나섰고, '개딸'로 불리는 강성지지층이 의원들을 집요하게 압박했지만 소용없었다. 부결 인증 릴레이를 통해 분위기를 몰아갔지만 그뿐이었다. 앞서 2월 1차 표결과 비교해 대열에서 이탈한 의원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가결 당론을 정한 국민의힘(110명)과 정의당(6명), 범여권 군소정당·무소속 의원(4명) 120명이 모두 찬성했다고 가정하면, 민주당과 범야권 무소속 의원 중 29명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여기에 기권·무효 10표를 더하면, 부결을 거부하고 대열에서 이탈한 의원은 39명에 달한다.

1차 표결 때는 민주당과 범야권 무소속에서 38명의 이탈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체포동의안은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찬성이 많았지만 투표 참여 의원의 과반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당시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과 범야권 의원은 18명으로 추산됐다. 반면 이번에는 29명이어서 11명이 더 늘었다. 이와 달리 기권·무효표는 20표에서 절반이 줄어 10표에 그쳤다. 1차 표결 때는 차마 체포동의안에 찬성하지 못하고 기권이나 무효표를 택하며 이 대표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데 그쳤던 의원들이 대거 '레드카드'를 꺼낸 셈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1차 표결 때 기권·무효표를 던졌던 의원들이 이번엔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며 "가결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비명계 의원들이 전날 부결 메시지 등의 영향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2차 표결 사이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입증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차 표결 전날 '부결'을 종용하며 입장을 바꿨다. 이로 인한 실망감이 이번 표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딸들은 가·부 실명 의원 명단까지 공개하며 의원들을 자극했다. 이 같은 왜곡된 팬덤정치에 대한 경계심이 표결에 반영됐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이 대표 사법 리스크도 부담이었다. 당 관계자는 "총선까지 사법 리스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 대표와 팬덤에 당이 끌려가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회 앞에 모인 4,000여 명(경찰 추산)의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국회와 민주당 당사 진입을 시도했다. "만장일치 부결하라" 등 피켓을 든 이들은 "의회가 미쳤다" "수박(비명계를 부르는 멸칭)과의 전쟁이다" 등 거친 언사를 내뱉으며 경찰과 충돌했다. 이들이 몰려든 탓에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일부 출입구가 폐쇄되기도 했다.

김도형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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