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털털함 강요받는 스타의 고충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주조연을 넘나들며 활약해 온 여배우 A씨와 관련해 본지에 "까다로운 성격으로 유명하다. 매니저들도 그 성격을 오래 버티지 못해 그만뒀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일상 공개 예능에서 털털한 매력을 어필한 적 있는 인물이었다.
다소 극단적인 사례인 이 배우 외에도 많은 스타들이 예능으로 털털한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 실제로 털털한 이도, 예민한 이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불합리한 일도 웃어넘기고 늘 환하게 웃는 연예인이 사랑받기 때문이다. 예능 속 스타들은 맨바닥에도 거부감 없이 앉고 타인을 늘 웃는 얼굴로 대해야만 했다. 사람의 성격이 다양하기 마련인데도 예민한 면모를 보여주는 순간 비호감 캐릭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상승했다. 대중이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하는 예능에서조차 연예인들은 털털함을 연기하게 됐다.
스타들에겐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이들은 무대 위, 촬영장을 떠난 뒤에도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에게 계속 평가를 받는다. 타인과 함께 있는 이상 사실상 퇴근이라는 개념이 없다. 얼굴을 찌푸리고 있어도, 우연히 만난 행인의 사진 요청을 거절해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 어떤 스타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은 사진 요청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나쁜 말을 들어야 했다.
고주원은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지인하고 치맥을 하고 있는데 팬분이 오셔서 '사진 좀 가능할까요?' 하시길래 '죄송한데 제가 술을 많이 마셔서 사진 찍어드리기가 조금 그렇다'고 했다. '알겠습니다'하고 가셨는데 그분이 회사 계정에 DM으로 글을 남기셨다. '정말 싸가지 없다. 자기가 무슨 왕인 줄 아냐. 너 어떻게 되나 한 번 보자'라고 쓰셨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을 무시하거나 관심받는 게 부담스러워 피한 게 아니라 좋은 상황에서 사진 촬영을 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강동원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날 알아보고 시비를 거는 분들도 있었는데 요즘엔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안 그런다. 조심스러워하시는 듯하다. 내가 '오늘은 사진을 찍어드리는 게 좀 힘듭니다'하면 '제가 죄송하죠'라고 하시더라. 예전에는 사람들이 뭐라고 그랬다"고 털어놨다.
연예인들은 도덕적으로 그릇된 일을 하지 않아도 대중의 요구를 모두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진을 찍어주는 털털함이 미덕으로 여겨졌다. 이들은 제대로 꾸미지 않은 채 평소보다 못생긴 모습을 남기거나 거절해 욕을 먹어야 하는 딜레마에 놓였다. 일상 공개 예능은 스타들의 털털한 매력을 지나치게 강조해 왔다.
그러나 스타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걱정한다면 이들의 다양한 성격을 인정하는 태도도 필요하지 않을까. 모두가 털털함을 보여야 할 필요는 없다. 정중함의 테두리 안에 있다면 각자의 가치관과 성격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악플, 고된 스케줄만 스타들의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진 요청까지 마음대로 거절하지 못하는 답답함 역시 이들을 괴롭히는 중이다. 단순히 연기를 사랑해서, 노래를 좋아해서 연예인을 선택한 이들에게 모두 '털털한 매력'을 요구하는 현 상황은 불합리하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