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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중학생이 화천 고교로 유학… 화천 교육 '17년 대계' 일냈다

입력
2023.09.23 1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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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교육인프라 확충 계획 지속
10년간 2500억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
전국 지자체에서 견학·유학 사례 줄이어

편집자주

지역 소멸위기 극복 장면, '지역 소극장.'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소멸 위기를 넘고 있는 우리 지역 이야기를 4주에 한 번씩 토요일 상영합니다.

화천군 어린이 코딩 수업. 화천군청 제공

화천군 어린이 코딩 수업. 화천군청 제공

‘지역 소멸’이란 난제 해결의 실마리를 교육에서 찾은 강원 화천군의 성과는 한두 해만에 이뤄낸 것이 아니라 장장 17년 동안 꼼꼼하게 준비한 결과물이다.

2006년 교육부로부터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화천군은 정부 지원금으로 어떤 사업을 할지 설문조사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전 연령을 포괄하는 평생교육보다는 아이들을 위해 열악한 교육 기반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훨씬 많았다. 또 우수한 인재들이 유출되면서 학생들 사이에 적정한 경쟁이나 동기 유발도 사라지게 하고, 결국 공교육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서 화천군은 △영유아보육시설 확충 △방과후 학교 운영 △원어민교사 지원 확대 △화천학습관 건립 △중고생 해외연수 도입 등 10년 앞을 내다보는 ‘화천군 인적자원개발 중장기 계획’(예산 778억 원)을 세웠다.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최인한 교육복지과장은 “강점-약점-기회-위기를 열거하는 SWOT 분석을 통해 계획을 세웠다”며 “부모들이 원하는 공교육 지원을 위해 횡성군의 민사고, 기숙형 교육 모델로 우수 인재를 배출하는 경남 합천군과 전북 순창군을 둘러본 뒤 우리 군 실정에 맞는 규모로 2008년 화천학습관을 세웠다”고 회상했다.

2015년 화천군은 전국 기초지자체 중 최초로 교육과 복지를 한데 묶어 ‘교육복지과’를 신설하고, ‘아이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만들기’ 10개년 계획을 추진했다. △결혼임신출산 △영유아 △아동청소년 △청년 △전생애 등 5개 분야 123개 사업에 10년간 2,500억 원을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런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화천군에 따르면 2018년까지는 다른 대다수 농촌처럼 화천군도 중학교 졸업생이 타 지역 고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나 2019년 중학교 졸업생 대비 고교 입학생 비율이 106%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100~105%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외지 중학교 졸업생들이 화천 내 고등학교로 순유입되고 있다는 뜻이다. 군인가족 자녀의 경우 아버지가 화천서 근무하다 다른 곳으로 옮겨도, 어머니와 자녀는 화천에 남아 학교를 다니는 사례도 많다.

화천군의 성과를 배우러 경북 예천·고령군, 충남 예산군, 충북 단양군 등 전국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찾아 온다고 한다. 최 과장은 “주요 교육 사업을 업체에 위탁하지 않고, 약 20명의 직원들이 강좌 전담 교사나 원어민 강사 등의 선발을 직접 맡아 세세히 관리한다”며 “다른 지자체들이 ‘어떻게 그걸 다 관리하냐’며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접경지역인 화천군은 사람이 희망”이라며 “도로 넓히고, 다리 놓는 것은 잠시 미루더라도 아이들이 경제적 이유로 배움의 시기를 놓치는 일만큼은 결코 없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화천=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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