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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러북’ 순으로 규탄했나... "북한 먼저 불러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어"

입력
2023.09.21 1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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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북한’ 순 지칭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UN) 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UN) 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와 북한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북한을 향한 직접적인 경고이자 북한을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의 인식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평가다. 통상 정부에서 ‘북미’ ‘북러’ 등 북한을 먼저 지칭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에게 이유를 여쭤보지 않았지만 민족 공조라 해서 북한이 어떤 짓을 하든 앞자리에 불러줘야 한다는 것은 우리 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순서 자체를 특정해서 의식적으로 말씀한 것 같지는 않고 원고에 '러북'이라 써 있어서 순서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여기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 공식 자리에서 통상의 표현인 '한중일’ 대신 ‘한일중’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윤 대통령과 정부가 바라보는 외교적 협력관계나 안보위협 정도에 따른 의미가 투영됐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자유·민주·법치·인권의 가치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한국과 진정으로 협력하느냐 그것이 1차적인 기준이 될 것”이라며 “그다음에는 주변 4강 동맹의 역사, 우방국의 순서에 따라 부르게 되는데 러시아와 북한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딱 정해놓은 순서나 원칙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협력을 하면서 더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는 단락이었기 때문에 북한이 아마도 뒷자리에 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유엔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상임 이사국 확대 △상임 이사국 거부권 사용에 대한 개혁 △비상임 이사국 확대 등의 의견이 논의되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안보리 상임 이사국 5개국의 입장이 현저히 대립해 있고, 그 여파가 우리에게 직접 안보위협으로 다가오고 글로벌 사회 전체를 괴롭히고 있어 안보리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다. 15분 분량의 연설에 많은 주제를 담을 수 없었을 뿐, 중국과의 관계 회복 노력이 반영된 결과는 아니라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직접 참석할 예정이란 점을 언급하며 “중국과는 여러모로 안보 문제와 관계없이 필요한 소통과 신뢰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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