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대의 난제, '일론 머스크'

입력
2023.09.23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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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일론 머스크'

아이들과 함께 자동차 모형 앞에 선 일론 머스크. 21세기북스 제공

아이들과 함께 자동차 모형 앞에 선 일론 머스크. 21세기북스 제공


"저는 전기차를 재창조했고, 지금은 사람들을 로켓선에 태워 화성으로 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차분하고 정상적인 친구일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일론 머스크, '새터데이나이트 라이브(SNL)' 인터뷰에서

전기차(테슬라)를 비롯해 우주로켓(스페이스X), 초고속 자기부상열차(보링컴퍼니), 인공지능(엑스AI), 컴퓨터와 뇌의 연결(뉴럴링크), 소셜미디어(엑스) 등 21세기 주요 산업을 장악한 천재 경영자. 충동적인 트윗과 허풍으로 수조 원의 자산가치를 날리며 증시를 흔들고, 직원들을 기계보다 더 혹사시키는 공감 능력 제로의 광인. 지구에서 가장 문제적인 인간인 일론 머스크(52)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수식어다. 그는 최고의 혁신가인가, 미치광이인가.

신간 '일론 머스크'는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된 이 질문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 아인슈타인, 헨리 키신저의 일생을 다룬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 전 '타임' 편집장. 미국과 한국 등 32개국에 동시 출간된 책은 유일한 머스크의 '공식 전기'다. 머스크를 2년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가족과 동료, 경쟁자 등 130여 명을 인터뷰해 완성했다.

연대기로 서술된 책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어린 시절이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고 가정에서는 정서적 학대에 시달렸다. 그 트라우마는 머스크의 악명 높은 '악마 모드'의 뿌리가 된다. "밝음과 어두움, 강렬함과 얼빠짐, 세심함과 무심함을 주기적으로 넘나들면서 주변 사람들을 두려움에 빠뜨리는" 악마성은, 그러나 강력한 성공 동력이 됐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스스로를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스펙트럼장애의 일종) 환자로 정의할 만큼 선천적인 공감 능력 부족과 후천적으로 발달시킨 감정 차단 밸브가 냉담한 경영자로 만들었지만 그 덕분에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며 혁신과 진보를 이룰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책은 머스크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1995년 창업한 지도 제공업체 '집투'를 시작으로 거쳐간 기업가로서의 도전과 성공, 실패를 두루 짚는다. 집투를 매각해 마련한 씨드 머니로 페이팔을 거쳐 로켓회사인 스페이스X를 창업했으며 테슬라, 뉴럴링크, 보링컴퍼니를 설립하고 우여곡절 끝에 트위터까지 인수한다. 여러 명의 여성과의 결혼과 이혼, 사실혼을 반복하는 복잡한 사생활 속에 11명의 아이들을 낳은 뒷얘기 등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적 이야기도 포함됐다.

그래서 머스크는 영웅과 악당 중 어느 쪽에 가까운가. 700여 쪽에 걸쳐 머스크의 장점과 결점을 가감 없이 보여준 저자는 알토란 같은 요약으로 답을 대신한다. "위대한 혁신가들은 배변 훈련을 거부하고 리스크를 자청하는 어른 아이다. 무모하고,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고, 해를 끼칠 수도 있다. 그리고 미치광이일 수 있다.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만큼 미친 사람말이다."

일론 머스크·월터 아이작슨 지음·안진환 옮김·21세기 북스 발행·760쪽·3만8,000원

일론 머스크·월터 아이작슨 지음·안진환 옮김·21세기 북스 발행·760쪽·3만8,000원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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