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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향 이동 촉진하는 노동 사다리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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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까지만 나왔다. 공사판 막노동부터 주유소, 주방 요리사 등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10여 년 계속해야 했다. 그러다가 고용센터의 상담과 적성 검사를 받아 가구제작 과정을 수강하게 되었다. 스케치 도면, 캐드 도면, 3D 렌더링 작업에 걸친 관련 기술을 익혀 마침내 가구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B씨는 학교를 졸업한 후 조그만 기업에서 일하다가 퇴사하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지만 연락이 오는 곳은 없었다. 그러다가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법률사무원 교육을 받은 뒤 특허법인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 작가였던 C씨는 코로나로 영화제작 편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자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가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어 코딩 수업과 프로그래밍 과정을 수료하여 게임기획자로 취업할 수 있었다.
위는 모두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 수기집에 소개된 사례들이다. 중고령 퇴직자든, 경력단절여성이든, 자신의 전공으로는 취업하기 어려운 대졸자든 다양한 상황 때문에 재취업을 하거나 재훈련의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의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직업훈련 수기집의 사례들처럼 직종을 바꾸어 상향 이동을 성취한 경우가 어느 정도일까? 이러한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직종 단위의 노동이동 분석을 하여야 한다.
특정 개인은 영업직이거나, 판매직이거나 운전사거나 조리사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한다. 개인은 평생 한 직종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 직종을 바꾸기도 한다. 특정 직종의 평균 임금을 계산하고 그것을 5등분한 5분위수로 분류한 뒤, 1분위(저임금직종), 2분위, 3분위, 4분위, 5분위(고임금직종)에 속하는 직종에 종사하다가 그다음 해에도 역시 1분위, 2분위, 3분위, 4분위, 5분위에 머무르는 비율을 계산하면 그 사회 노동시장구조의 이동패턴을 보여줄 수 있다.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우리나라의 취업자는 1년에 평균 3.7%, 스웨덴은 7.4%, 영국은 5.2% 직종을 변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년도에 특정 분위에 속했던 취업자가 그다음 해에도 동일한 분위에 머물 확률이 우리나라가 주요 국가들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각 분위에서 90%대로 나타났고, 스웨덴과 영국이 가장 낮고(70%대), 프랑스(소득 5분위 제외 대부분 80%대)와 이탈리아(소득 1, 2분위 제외 대부분 90%대)가 큰 편이었다. 한국이 이탈리아와 유사하게 폐쇄적 노동이동 패턴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소득분위 사이의 이동은 아주 낮은 편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평생 저임금에 머물 확률이 큰 것이다. 그에 비해 스웨덴과 영국은 아주 활발하다. 이들 양국에서는 저임금 직종에서 직종을 바꾸어 직업사다리를 올라가는 상향 이동이 활발하다. 어떤 나라에서 노동이동이 활발하고, 어떤 나라에서 활발하지 않은 이유를 연구자들은 고용보호제도,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교육훈련제도, 평생학습 등 노동시장제도 및 노동시장정책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연공형 보상제도도 노동이동을 막는 대표적 제도일 것이다.
연공형 보상제도 등 기존의 노동시장제도를 현대화하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평생학습 등 노동시장정책을 노동이동을 촉진하도록 재설계해야 할 필요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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