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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째 늦깎이 학생들의 배움터 된 상록야학…코오롱 우정선행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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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학선 교장은 생전 빈농 가정에서 자라 제때 배우지 못한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운영하던 기성 양복 사업이 번창하자 1976년 3월 사재를 털어 서울 동대문구에 교육기관 '상록야학'을 연 이유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한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은 서울 마곡 코오롱 원앤온리타워에서 제23회 우정선행상 시상식을 열고 대상에 늦깎이 학생의 배움터인 '상록야학'을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우정선행상은 2001년부터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행을 베풀어 온 이들의 미담 사례를 널리 알리고자 만들어졌다.
상록야학은 박 교장이 야학 교실을 개설한다는 벽보를 보고 모인 36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8,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47년 동안 교단을 거쳐간 교육 봉사자 수만 1,300명에 달한다. 지금도 상록야학에선 40여 명의 교육봉사자들과 50~80대의 100명 가까운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상록야학에서는 학업 외에 계절마다 소풍, 체육대회, 수학여행, 일일호프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졸업식 때는 교복을 입고 단체 사진도 찍는다. 모두 늦게나마 학창 시절의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박 교장이 고민한 아이디어였다. 박 교장은 2년제 중·고교 과정 외에 '열린강좌'라는 이름으로 생활 영어, 컴퓨터 등 생활에 유용한 시민학교 교육도 마련했다. 첨단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사회에서 소외되는 어르신에게 세상과 소통할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박 교장은 생전 "사업이 부침을 겪으면서 운영이 어려울 때도 많았지만 단 한 번도 학교 문을 닫아야겠다고 생각한 적 없다"며 "배움이 필요한 사람은 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교장은 지난해 10월 자신이 입원 중이던 경희의료원에 3억 원을 기부한 후 영면에 들었다. 현재는 부인 한윤자(80)씨가 2대 교장으로서 상록야학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 교장은 "남편의 뜻을 이어가는 게 옳은 길이라 여겨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며 "우정선행상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말라고 격려해주는 뜻깊은 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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