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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조 세수 펑크' 매 맞을 때, 추경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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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8시 30분 기획재정부 브리핑실. 올해 국세 수입 전망이 당초 400조5,000억 원에서 59조1,000억 원 적다는 '세수 재추계 언론 브리핑' 현장에 기재부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는 없었다.
대신 수많은 기자, 카메라 앞엔 정정훈 세제실장, 김동일 예산실장, 임기근 재정관리관이 섰다. 기재부에서 재정 수입·지출·관리를 관장하는 1급 간부들로 유례없는 '세수 펑크'에 대해 "송구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추 부총리 말고 이들이 세수 펑크를 두고 매를 맞은 셈이다.
같은 시각 추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물론 반도체 등 12대 첨단산업을 키울 클러스터 육성 방안을 논의한 이날 회의의 무게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순 없다. 11개월 내리 이어진 수출 감소 등 아직 바닥에 머물고 있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대책이기에.
하지만 세수 재추계 브리핑은 마냥 부하 직원에게 맡길 게 아니었다. 일단 다른 장관 일정도 감안해야 하는 비상경제장관회의 시간을 옮길 수 없었다 쳐도, 세수 재추계 브리핑 일정은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었다.
더욱이 이번 세수 펑크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다르다며 앞세운 건전 재정을 흔들 수도 있는 일이다. 재정 사업 재원 자체가 모자란 세수 펑크를 대응하려면 윤석열 정부가 극도로 피하고자 하는 국채 발행(나랏빚 확대)을 언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무 책임자인 1급 간부를 넘어 추 부총리가 나와 정권 차원에서 설명했어야 하는 사안이란 뜻이다.
올해 세수 펑크가 전 정부를 탓하기 어려운, 현 정부에서 감당해야 할 문제란 점도 추 부총리가 나섰어야 하는 이유다. 2021, 2022년에 세금이 기존 추계보다 114조 원 더 들어온 '비정상 초과 세수'가 발생한 마당에, 올해 세수도 늘 것이란 당초 예측은 '기재부 실책'에 가깝다.
돌이켜보면 추 부총리가 지난해 5월 취임 후 참석한 언론 브리핑, 정부 회의, 현장 방문 중 세수 재추계 브리핑처럼 '쓴소리'를 감당해야 하는 일정이 얼마나 있었는지 딱 떠오르지 않는다. 자칫 언론·국민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자리는 피하는 건 아닌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빛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건 아닌지 등 뒷말이 나오기 쉽다. 임기를 마치는 그날, 날것의 목소리 듣길 서슴지 않고, 책임감 넘치게 경제를 이끌었던 부총리 추경호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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