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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효과 커" vs "심사 편향 우려"… '네이밍법'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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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 식용 금지법은 '김건희법'이라는 별칭이 붙은 뒤 급물살을 타고 있다. 소문난 애견인인 김건희 여사가 적극 개 식용 반대 목소리를 내자, 법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국민의힘까지 나서서 당 차원 입법 의지를 밝혔다. 실제 통과까지는 넘어야 할 걸림돌이 많지만, 동물애호가들의 숙원이면서도 별 진척이 없던 개 식용 금지법이 김 여사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추동력을 얻는 모양새다.
김건희법은 딱딱한 법안명을 그대로 부르기보다 유명인의 이름을 붙여 홍보 효과를 높이는 '네이밍법'의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밍법에는 △법안 발의자 등 입법 과정에서 기여도가 높은 인물의 이름(오세훈법, 김영란법 등) 또는 △법안 추진 배경이 됐던 특정 사건의 피해자나 가해자의 이름(정인이법, 조두순법 등)이 붙는다.
네이밍법은 직관적인 이름으로 일반 국민들에게도 법안의 취지를 쉽게 설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애용된다. 오랜 기간 국회에서 표류하던 법안이 여론의 지지에 힘입어 전광석화로 통과되기도 한다. 2년 전 정인이법(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직전 20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된 아동학대 관련 법안만 27건이지만,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사건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급속히 공론화돼 8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처럼 장점이 분명한 탓에 해외에서는 네이밍법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발의된 경찰개혁법안의 경우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했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이름이 붙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9일 "미국이나 외국에서 네이밍법은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라며 "유권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법안의 문턱을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네이밍법을 둘러싼 우려도 만만치 않다. 피해자명을 붙인 법안의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민식군 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민식이법'이 대표적이다. 제정 당시에도 피해자를 조롱하는 모바일 게임이 출시됐다가 삭제되고, 아이들이 법을 악용해 일부러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민식이법 놀이' 괴담이 등장했다.
이름이 갖는 상징성이 큰 탓에 편향적인 심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으로 공분이 큰 사건의 경우, 법안 내용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원천 차단하기도 한다. 민식이법 제정 당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나 정인이법 제정에 반대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여론의 화살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럴 경우 법안 내용에 대한 충분한 찬반 토론이 이뤄지기보다는 경도된 여론에 휩쓸려 졸속으로 추진되기 쉽다.
이름이 오히려 '프레임'으로 작동하면서 법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개 식용 금지법 역시 김 여사의 이름이 붙었다는 이유로 여권 내에서 공개적으로 반발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건희법도 김 여사의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법안의 타당성과 관계없이 네이밍이 프레이밍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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