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원 풀고 5명 돌려받은 바이든… “미국·이란 ‘부분적 해빙’ 계기”

8조 원 풀고 5명 돌려받은 바이든… “미국·이란 ‘부분적 해빙’ 계기”

입력
2023.09.19 1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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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자 5명씩 맞교환… 동결 자금 해제 대가
‘긴장 완화’ 해석... “핵합의 복원 길 열릴지도”
트럼프 “난 공짜로 58명”, 공화 “인질극 조장”

미국과 이란 간의 수감자 맞교환으로 풀려난 미국인 시아마크 나마지(왼쪽 두 번째)와 모라드 타바즈(맨 오른쪽)가 18일 카타르 도하 국제공항에 도착해 미 정부 관계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도하=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제재로 묶어 뒀던 8조 원 규모의 동결 자금을 풀어 주고 이란으로부터 미국인 수감자 5명을 돌려받았다. 동수의 이란인 수감자와 교환하는 형식이다.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있는 대(對)이란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작게나마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야당인 공화당은 몸값을 치르고 인질을 데려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혹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란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5명의 석방 사실을 공개하고 이에 도움을 준 한국 등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풀려난 이들은 모두 간첩죄가 적용된 이란계 미국인들로, 8년을 복역한 시아마크 나마지도 포함됐다. 이들은 카타르 도하를 거쳐 미국으로 갈 예정이다.

대가는 일단 불법 로비와 대이란 제재 대상 장비 수출, 군사 장비 불법 취득 등 혐의로 미국이 구금했던 이란인 5명의 석방이었다. 더불어 미국의 제재로 2019년부터 한국에 묶여 있던 석유 판매 대금 60억 달러도 동결이 해제돼 이란으로 이체됐다.

긍정적 평가가 없진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을 시도한 2015년 합의를 내팽개친 뒤 고조돼 온 이란과의 긴장을 어떻게든 완화해 보려고 바이든 행정부가 줄곧 기울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랜 적 사이의 얼어붙은 관계가 부분적으로나마 해빙될 조짐”이라고 논평했다.

관계 회복의 관건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여부다. 그러나 미국·이란 간 입장 차이가 커 전망이 썩 밝지는 않다. 이란이 주목하는 변수는 내년 미국 대선이다. 알 바에즈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프로젝트 책임자는 WP에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란이 핵합의 복원 협상에 적극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외교의 문을 완전히 닫진 않았지만, 원칙적 기준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담 교착을 불렀던 장애 요인도 여전하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침공전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에 무인기(드론)를 제공했고, 1년 전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가 촉발한 ‘히잡 시위’를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다. 서방이 용납하기 어려운 행태다.

이란에서 8년간 복역하다 미국과 이란 간 수감자 맞교환으로 풀려나 18일 카타르 도하 국제공항에 도착한 미국인 시아마크 나마지(맨 아래)가 카타르 항공기에서 내리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그러나 돌파구가 마련될 가망성이 아예 없진 않다. WP는 “이번 거래로 이어진 수개월간의 대화가 협상 의제 확대로 향하는 길을 열어 줄 수 있다”며 이를 협상 초기의 “신뢰 구축 단계로 본다”는 미 정부 관리 발언을 인용했다. 영국 가디언은 “수감자 교환이 (중국·러시아 쪽으로 경도되는) 이란의 동방 정책을 바꿀 수 있는지 테헤란 상황을 미리 살펴보는 게 미국의 최선책”이라고 짚었다.

‘히잡 시위’ 1년과 겹쳐… “시선 분산” 지적도

물론 칭찬 일색인 건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무능한 바이든은 5명을 위해 60억 달러를 줬지만 나는 한 푼 안 들이고 북한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58명을 데려왔다”고 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공화당이 적들의 인질극을 부추길 유인을 만들었다고 경고하며 동결 자금 해제 결정을 비난했다”고 전했다.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 물품 구입에 용도가 제한된다는 게 미 정부 설명이지만, 자금 이동 감시가 쉽지 않아 범죄 전용(轉用)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지적도 공화당에서 나온다.

시점도 오해를 살 만하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을 앞두고 성사된 이번 교환은 공교롭게도 아미니 의문사 1주기와 시기가 비슷하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센터(CHRI)의 하디 가에미 국장은 NYT에 “끔찍한 이란 인권 상황에 집중됐어야 할 시선이 분산됐다”고 개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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