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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M "로고부터 제품 디자인까지 싹 바꿔"...럭셔리 브랜드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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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글로벌 브랜드 MCM이 공개한 한 장의 화보 사진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톱 모델인 신디 크로퍼드가 쌓여 있는 여행가방 하드 러기지 위에 맨발로 앉아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크로퍼드는 실제로 여행할 때 MCM 제품을 애용한다고 밝혀 미국에서 해당 가방의 판매량이 크게 뛰기도 했다.
MCM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당시 홍보 캠페인처럼 당당하고 품격 있는 모습으로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국내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독일을 본거지로 삼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여느 명품과 다른 새로운 가치를 보여준다는 목표다.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MCM 콘셉트스토어에서 만난 브랜드 및 상업 담당 임원 사빈 브루너 MCM GBCO(Global Brand and Commercial Officer)는 "많은 명품 브랜드가 뻔한 모습으로 단순히 고객의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면 MCM은 고객 자신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보여주는 표현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브루너 GBCO는 MCM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상품 기획, 라이선스 및 비즈니스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1976년 독일 뮌헨에서 탄생한 MCM은 2005년 한국 기업인 성주그룹에 인수된 후 연 매출이 5,000억 원대까지 오르며 성공의 길을 달렸다. 가수 지드래곤 등 톱스타들이 즐겨 메면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고 2010년대 중후반에는 중국에서 '국민백'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2013년 백화점에 입점한 수십 개의 매장을 매출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정리하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2018년에는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사업 비중이 컸던 중국 사업이 기울면서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부터 MCM은 가격 정책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초고가나 초저가 상품만 잘 팔리는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하이엔드 브랜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에 밀려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MCM의 핸드백 가격은 대체로 100만 원 안팎으로 다른 명품 브랜드보다 저렴하다. 지난해 MCM을 운영하는 성주디앤디의 매출액은 약 1,4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58.5%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약 178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브루너 GBCO는 이를 두고 "성장세를 보였던 2010년대 MCM의 인기 상품들을 보면 최고가 라인 제품이 아니라 대체로 백팩이나 소품들이 많다"며 "낮은 가격대의 소품들이 너무 많이 팔리면서 MCM만의 럭셔리 이미지가 희석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유럽, 프랑스 등 하이엔드 수요가 있는 해외 시장에는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다가가지 못해 매출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는 또 마케팅 투자를 줄이고 긴축 재정으로 가면서 국내 소비자와 거리가 멀어졌다는 한계도 짚었다. 에루샤 등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벌이며 하이엔드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는 사이 MCM은 되레 마케팅 강도를 줄여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기회가 줄었다는 것이다.
이에 MCM은 로고부터 제품 디자인까지 확 뜯어고치고 마케팅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먼저 새롭게 디자이너 팀을 꾸려 브랜드 로고를 리뉴얼하고 가방 가죽에 적용할 새 문양을 만들어 11월 공개한다. 새 로고는 MCM 단어 크기를 줄이고 회사의 상징인 월계수 장식의 잎모양을 키웠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명품을 사용하면서 브랜드의 로고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문양 대신 월계수 잎을 길게 늘린 '로렐토스' 문양도 개발해 11월부터 일부 제품에 적용한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코냑 비세토스 모노그램' 패턴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재를 섞은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제품 디자인을 다양하게 늘리면서 개성에 따라 선택의 폭도 넓힌다. 브루너 GBCO는 "가방 한 가지로도 여러 상황에 맞게 스타일을 변형할 수 있는 디자인과 콘셉트를 선보이려 한다"며 "MCM은 국적, 성별, 연령의 한계가 없고 계절의 영향도 없는 자유로운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객과 소통의 기회도 늘려간다. MCM은 4일 영국 아티스트 잉카 일로리와 함께 'MCM X 잉카 일로리(Yinka Ilori)' 아트 전시를 열었다. 이 전시에서는 버려진 의자들을 MCM의 가방 패턴을 적용해 다채로운 작품으로 재해석했다. '아트 마케팅'으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브랜드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크로퍼드와는 약 27년 만에 다시 손을 잡는다. 1996년 함께했던 홍보 캠페인을 재연출하면서 과거 MCM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고 11월 선보일 새 제품에도 힘을 실을 예정이다.
백화점에서 철수했던 매장 수는 다시 늘린다. 브루너 GBCO는 "현재는 중요한 상권에만 백화점 매장을 남겨뒀다"며 "새롭게 문을 여는 백화점 매장은 보다 신중하게 상권을 선택해 10개 이내로 내게 될 것"이라 밝혔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을 맞은 후 온라인 고객들이 백화점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만큼 오프라인 사업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디지털 노마드'인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매장 서비스 품질도 높인다. 디지털 노마드는 디지털(Digital)과 유목민(Nomad)의 합성어로 노트북,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고 업무를 보는 이들을 일컫는다. 매장을 찾는 고객이 단순히 제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여러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매장에서 직접 착용해보지 않아도 가상 시착을 해보는 식이다.
브루너 GBCO는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고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우리의 타깃"이라며 "전통적 럭셔리 명품이 아닌 새로운 스타일과 서비스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MCM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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