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석 "송영길 당선 위해 돈 봉투 받았다"... "그러나 액수는 2000만원"

입력
2023.09.1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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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법 위반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
현직 의원 중 첫 돈 봉투 수수 인정

지난달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정당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윤관석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달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정당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윤관석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고리로 지목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송영길 전 대표 당선을 목적으로 현금을 받은 사실을 재판에서 일부 인정했다. 현직 의원 중 처음으로 돈 봉투 수수 사실을 인정한 것인데, 그가 밝힌 수령액수는 검찰 공소사실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 김정곤)는 18일 정당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의원에 대한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윤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던 2021년 5월 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후보였던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달할 현금 6,000만 원을 2차례에 걸쳐 경선 캠프 관계자들로부터 지시·권유·요구하고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서 윤 의원은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 의원 측은 이날 재판에서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현금을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 액수가 다르다는 주장을 폈다. 윤 의원 측은 "봉투를 2회에 걸쳐 10개씩 20개를 전달받았는데, 1개 봉투에 100만 원씩 들었던 걸로 기억하므로 (수수한 금액은) 총합 2,000만 원"이며 "300만 원이 든 돈 봉투 이야기는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돈 봉투를 받은 게 정당법상 지시·권유·요구에 해당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윤 의원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에게 전화해서 (자금 마련과 관련해) "내가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인) 박용수와 상의할 테니 너도 박용수에게 전화를 해봐라"라고 말하는 등 '협의'를 했을 뿐 요구나 지시는 아니라는 취지다.

윤 의원 측의 이런 주장은 돈 봉투 살포 의혹에 연루된 다른 피고인들과는 다른 진술이다. 현금을 마련한 것으로 의심받는 강 전 상임감사는 올해 7월 재판에서 윤 의원에게 3,000만 원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다. 현금 전달 통로로 꼽히는 박 전 보좌관도 12일 재판에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통해 윤 의원에게 6,000만 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윤 의원이 수령한 돈 봉투 총액 등은 향후 재판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윤 의원 측이 돈 봉투 수령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돈 봉투를 수령한 의원을 특정하는 동시, 송 전 대표 경선캠프에 유입된 자금의 전반적 흐름을 살피며 불법 정치자금의 전모를 파악하고 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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