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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페르소나'였는데... '원조 신스틸러' 변희봉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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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방송된 MBC 사극 '조선왕조 500년: 설중매'에서 유자광 역을 맡아 "모든 게 이 손안에 있소이다"란 유행어까지 만든 원로 배우 변희봉(본명 변인철)이 18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유족에 따르면 변희봉은 췌장암이 재발해 투병해 오다 이날 숨을 거뒀다. 변희봉은 2018년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캐스팅되고 받은 건강검진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애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도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치료에 전념하느라 포기했다. 그가 출연한 마지막 작품은 2019년 개봉한 영화 '양자물리학'이다.
변희봉은 영화와 드라마 속 '원조 신스틸러'였다. 1970~80년대 인기를 누린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사이비 교주나 사기꾼, 간첩 등 악역을 강렬하게 소화해 조연인데도 주연 못지않게 주목받았다. 변희봉은 감독에게 영감을 주는 배우이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이 변희봉을 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에 섭외하기 위해 삼고초려했다는 건 영화계에 잘 알려진 일화다. 그 이후 변희봉은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옥자'(2017)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송강호와 함께 '봉준호의 페르소나'라 불렸다.
서민적이면서도 광기 어린 연기는 그의 전매특허였다. 변희봉은 '살인의 추억'에서 어수룩한 시골 형사 반장 역으로, '괴물'에선 손녀를 잃고 단장의 슬픔을 품은 할아버지를 맡아 극에 비장함과 절절함을 살렸다. 그는 '괴물'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변희봉은 영화 '선생 김봉두'(2003)와 '이장과 군수'(2007) 등에서 감칠맛 나는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1942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난 변희봉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중퇴하고 서울로 올라와 1965년 MBC 성우 공채 2기로 데뷔했다. 하지만 성우 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사투리가 심했던 탓이다. 대신 그는 걸쭉한 목소리로 개성을 인정받아 극단 산하에서 연극 '대리인'과 '진흙 속의 고양이' 등에 출연하며 연기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혀 '제1공화국'(1981) '허준'(1999)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변희봉은 50여 년 동안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로 대중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엔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20일 낮 1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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