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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 아닌 그로스테크죠" 이색 AI 교육 서비스 만든 이채린 최유진 클라썸 공동대표

입력
2023.09.20 05:00
수정
2023.09.20 08: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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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식 아닌 대화하듯 공부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
삼성 LG 서울대 등 1만1000곳에서 사용...올해 미국도 진출

요즘 TV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대화하듯 학습하는 것이 특징이다. 퀴즈를 풀 듯 강의자와 학습자가 서로 질문을 던지며 대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공부한다. 대화형 학습은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무엇이든 가장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다.

이채린(27), 최유진(31) 공동대표는 이 점에 주목해 2018년 신생기업(스타트업) 클라썸을 공동창업했다. 클라썸은 대화하듯 질문을 주고받으며 기업에 필요한 것을 가르치는 독특한 교육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들이 만든 교육 플랫폼 ‘클라썸’은 빠르게 퍼져 1만1,000개 기업과 학교가 사용한다. 두 대표를 서울 테헤란로 클라썸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채린(왼쪽) 최유진 클라썸 공동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대화형 학습 서비스 '클라썸'을 소개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이채린(왼쪽) 최유진 클라썸 공동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대화형 학습 서비스 '클라썸'을 소개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교수 권유로 자퇴…인종차별 겪으며 소통 중요성 배워

클라썸은 이 대표와 최 대표가 각각 만든 두 개의 회사를 하나로 합쳐 탄생했다. 창업은 이 대표가 먼저 했다. 그는 카이스트 전산학부를 다니다가 2017년 인터넷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썸을 학생 창업한 뒤 교수의 권유로 자퇴했다. "무제한 휴학제도가 생기기 전 5학기를 다니고 자퇴했어요.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는 게 힘들어 실리콘밸리 출신의 지도 교수에게 상의했는데 창업가의 피가 흐르는 사람은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며 자퇴를 권유했어요."

최 대표는 미국에서 초등학교 1~3학년, 고교 시절을 포함 4년을 살았다. "초등학생 때 유색인종이 거의 없는 보스턴의 피보디에서 살았는데 영어를 못해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했어요. 그때 인종차별을 겪었죠.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초등학교 3학년 때 전교 1등을 하며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어려서 겪은 일 때문에 그는 소통에 관심이 많아 중앙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가상현실(VR) 저널리즘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1학기 때 네덜란드, 가나 등에서 유학 온 친구 5명과 쿱동이라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를 창업했다. 사람들의 특기에 따라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연결시켜주는 회사였다.

성향이 전혀 다른 둘이 만난 것은 카이스트 창업원의 직원 덕분이었다. 최 대표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길 업체를 찾다가 직원 소개로 사업 파트너를 구하던 이 대표를 만났다.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은 2018년 회사를 합쳐 사업을 다시 설계했다. "둘이 처음 만난 날 합병을 결정했어요. 최 대표의 사업 소개를 듣다가 세계 시장을 겨냥한 지향점이 같다는 것을 알았죠."

이들은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를 지향한다. 사무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고 회의나 휴식할 때 바닥에 앉는 좌식 문화다. 이 대표는 "덴마크의 '휘게'와 핀란드 문화에서 따왔다"고 설명했다. "핀란드와 덴마크 스타트업들을 많이 견학했어요. 덴마크의 휘게는 바닥에 앉아 따뜻한 촛불을 켜놓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드는 문화를 말해요. 우리도 회의할 때 바닥에 앉아요. 눈높이에서 오는 안정감이 있죠. 또 핀란드 기업들은 사무실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 많은데 이 문화가 좋았어요. 여기에 기관지가 좋지 않은 직원이 있어 먼지를 날리지 않게 하려고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는 문화를 시작했죠."

직원들끼리 감사하는 문화를 위해 '생큐 앤 굿 잡'(thank you and good job, 고마워요 수고했어요)이라는 독특한 제도도 만들었다. 최 대표는 "감사의 무게를 돈으로 보여주는 제도"라며 웃었다. "전체 70여 명 직원마다 각자 우편함이 있어요. 여기에 서로 고마운 일을 편지로 써서 넣어 놓아요. 받은 편지만큼 돈으로 바꿔주죠. 이처럼 감사하는 문화가 녹아 있어 서로 돕고 배우며 같이 성장해요."

기업과 개인 성장 돕는 그로스 테크 지향

이 대표는 회사를 '그로스 테크'(growth tech)라고 소개했다. 기업과 개인의 성장을 기술로 돕는 회사라는 뜻이다. "교육에 기술을 접목한 에듀테크라는 용어는 우리가 하는 일을 모두 담지 못한다고 생각해 그로스 테크라는 말을 만들었어요."

이들이 겨냥한 것은 직장인을 위한 성인 교육이다. 최 대표는 "교육계의 카톡방이나 슬랙 같은 서비스"라고 사업을 소개했다. '슬랙'은 기업들의 업무용 메신저다. "딱딱한 강의 콘텐츠가 아닌 카카오톡으로 수다 떨듯 공부할 수 있는 서비스죠."

클라썸 서비스는 각 기업 또는 학교 구성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메신저처럼 구성됐다. "구성원들이 업무 관련 궁금한 것이 있으면 대화창에 질문을 던져요. 그러면 자체 개발한 'AI 도트'라는 인공지능(AI)이 먼저 답을 하죠. AI 답변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추가 질문을 하고 이를 지켜본 사람들이 답을 덧붙일 수 있어요."

이를 통해 학습자와 교육자의 경계를 허물었다. "교육자와 학습자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우고 가르칠 수 있도록 기술로 풀었죠. 즉 모두가 배우고 가르쳐요."

대화하듯 공부할 수 있는 교육 플랫폼 '클라썸' 화면. 기업과 학교 1만1,000여 곳이 사용한다. 클라썸 제공

대화하듯 공부할 수 있는 교육 플랫폼 '클라썸' 화면. 기업과 학교 1만1,000여 곳이 사용한다. 클라썸 제공


익명과 실명의 장점 살려

특이하게 클라썸은 질문 과정에서 구성원의 익명성과 실명성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살렸다. 이 대표는 카카오톡을 사용하며 경험한 익명과 실명의 장단점을 보고 이런 개념을 도입했다. "사람들은 바보처럼 보이거나 질문 내용으로 평가받을까 봐 질문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경우 질문자가 익명 기능을 선택해 질문하면 돼요. 이처럼 심리적 장벽을 걷어 내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죠."

반대로 실명 기능은 사람들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회사 성장을 위해 지식과 경험을 잘 공유하는 사람을 인정해 주는 문화도 중요해요. 관리자 기능에서 이런 통계를 뽑아 답변을 많이 한 직원을 포상할 수 있죠."

심지어 화면 구성에서도 익명성과 실명성을 강조했다. 기업들은 화면 구성에 로고를 넣는 등 해당 기업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다. 최 대표는 “모든 것에서 클라썸을 지웠다”고 설명했다. “각 기업 문화를 최대한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클라썸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아요.”

도전과제로 구성원의 지식과 경험 끌어내

최 대표는 클라썸의 장점으로 구성원들의 지식을 쉽게 대화하듯 이야기하며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꼽았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구성원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해 생산성을 높여야 해요. 클라썸은 이를 끌어낼 수 있도록 설계했죠."

클라썸을 택한 기업이나 학교는 다양한 질문을 도전 과제로 만들어 제시할 수 있다. "영단어 암기나 챗GPT 업무에 활용하기처럼 기업들은 당장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필요한 주제를 구성원들의 도전 과제로 만들 수 있어요. 구성원들은 이를 풀기 위한 질문과 답변을 서로 주고받으며 성장할 수 있죠."

이뿐만 아니라 기업들은 직접 교육 내용을 구성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한마디로 기업별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클라썸은 교과나 강의 교제를 제공하지 않아요. 이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죠. 신입사원 교육이나 직무 교육 등 기업별로 다양한 교육 내용을 클라썸 안에서 구성할 수 있어요. 영상, 음성, 그림 등 다양한 자료를 결합할 수 있죠."

최근 여기에 지식 장터를 추가했다. "직원들의 역량 향상을 위해 좋은 외부 자료들을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지식 장터를 추가했어요. 롱블랙, 인프런 등 외부 콘텐츠 전문업체들과 제휴해 이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클라썸 이용 기업과 학교들이 구입할 수 있도록 했죠."

이채린(왼쪽) 최유진 클라썸 공동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회사 로고와 캐릭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클라썸은 클래스와 포럼을 합친 이름이다. 회사 색깔인 주황색은 함께 공부할 때 일으킬 수 있는 불꽃을 의미한다. 윤서영 인턴기자

이채린(왼쪽) 최유진 클라썸 공동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회사 로고와 캐릭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클라썸은 클래스와 포럼을 합친 이름이다. 회사 색깔인 주황색은 함께 공부할 때 일으킬 수 있는 불꽃을 의미한다. 윤서영 인턴기자


올해 2배 성장...미국으로 시장 확대

현재 클라썸은 삼성, LG, SK하이닉스, 한화, 직방, 아모레퍼시픽 등 많은 기업과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 국토연구원,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학교와 기관 1만1,000여 곳이 사용한다. 최 대표는 인기 비결로 입소문을 꼽았다. "먼저 사용한 기업들이 소문을 내줬어요. 아모레퍼시픽은 오설록에서 먼저 사용한 뒤 다른 브랜드로 퍼졌죠. LG와 DB그룹은 각각 인화원과 인재개발원에서 먼저 써보고 계열사로 확대했어요."

매출은 고객사 이용료에서 나온다. "고객사 구성원 1명당 월 8,000원에서 3만 원대 이용료를 받아요. 기업이 선택하는 기능에 따라 요금이 달라요."

매출과 영업이익은 공개하지 않았다. "구체적 숫자를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배 이상 올랐어요. 올해 매출 목표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이죠."

사업 확장에 필요한 비용은 누적으로 225억 원을 투자받았다. "두나무앤파트너스, 빅베이슨캐피탈,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등에서 투자를 했어요."

향후 목표는 해외 시장 확대다. 미국에서는 올해 초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버클리대, 샌프란시스코대, 캘리포니아주립대 등에서 활용하고 있어요." 미국 시장이 한국과 비슷한 것은 유리한 요소다. "미국에서는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를 많이 사용해요. 클라썸도 클라우드를 이용해 SaaS로 제공하는 만큼 미국에서 유리하죠. 더불어 일본 진출도 타진하고 있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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