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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냉전 이념이 지배할 때 남북관계 파탄"... 퇴임 후 첫 상경해 尹 정부 직격

입력
2023.09.20 04:30
수정
2023.09.20 08:5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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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선언 기념식… 퇴임 후 첫 서울행
"냉전 이념 지배할 때 남북관계 파탄" 비판
'경제는 보수' 조작된 신화에서 벗어나야
이재명 손잡고 "혼자의 몸 아니다" 힘 싣기
"역할론 시동"… "너무 나서면 부작용" 경계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지난해 5월 퇴임 후 처음으로 서울을 찾았다.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이재명 대표의 단식을 만류하며 더불어민주당 구심점으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당초 "평범한 시민의 삶으로 돌아가겠다"던 것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역할론에 시동을 걸면서 여야의 극한 대립구도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 전 대통령 "남북관계 파탄 났다"… 대북정책·경제정책 비판

문 전 대통령은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화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 축사를 통해 "구시대적이고 대결적인 냉전 이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때 이어달리기는 중단되고 남북관계는 파탄 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여러 정권을 거치며 진행된 남북대화를 '이어달리기'에 빗대며 현 정부를 겨냥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통일부를 '대북 지원부'라고 비판하며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 흔적을 지우고 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이념'을 언급한 대목은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고 강조해온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직격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주년 행사에는 서면으로 축사를 전달했지만 올해는 직접 행사장을 찾아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에 대해서도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감사원이 15일 문 정부 주택·소득·고용 통계를 '조작'으로 규정해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4명(장하성 김수현 김상조 이호승)을 포함한 22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며 압박하는 상황에서 반격에 나선 셈이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지금보다 좋았다"면서 "경제는 보수 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통계 조작을 조작된 신화로 맞받아친 것이다. 아울러 자신의 재임기간 '적자 재정'이 심각했다는 비판에는 "코로나 기간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가부채율 증가가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며 "경기부진으로 인한 세수 감소와 부자감세 때문에 현 정부에서 재정적자가 더 커졌다"고 반박했다.

"혼자의 몸 아니다" 힘 실으며 단식 만류

문 전 대통령은 행사 참석에 앞서 단식 20일을 맞은 이 대표가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 문 전 대통령은 “단식의 진정성이나 결기는 충분히 보였고, 이제는 길게 싸워 나가야 하는 상황이고 국면이 달라지기도 했다”며 “기운을 차려서 다른 모습으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이 대표 혼자의 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일어서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대표는 "잘 알겠다. 이런 걸음까지 하게 해서 죄송하다"면서도 끝내 단식 중단에 응하지는 않았다.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차량이 병원을 나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차량이 병원을 나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문 전 대통령 통합 메시지, 직접 등판엔 미묘한 경계감

이처럼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고비를 맞은 결정적 순간에 무대 위로 등장했다. 21일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이 대표를 찾아가 힘을 실어줬다. 앞서 2월 투표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지만 무더기 이탈표로 인해 '심리적 분당 상태'로 치달은 민주당의 균열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의중이 담겼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의 손을 잡아주면서 당내 친문재인(친문)계도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기 어렵게 된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단단하게 이 대표 중심으로 뭉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의 언행을 통한 통합은 민주당에 부담요인이기도 하다. 총선을 7개월 앞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정부를 견제하고 민주당을 뭉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건 반대로 당의 잡음을 키우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들어설 때 이 대표 지지자들이 ‘문재인 출당’ 등이 적힌 푯말을 들고 '이재명'을 연호한 것에서 이 같은 불편한 기류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민주당 수도권 출신 재선 의원은 "이 대표의 단식은 사람의 생명을 건 특수한 상황인 만큼, 직접 나서서 손을 잡아준 것은 도의적으로 잘한 일"이라며 "전직 대통령이 너무 나서는 것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이 대표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잘 지키면서 목소리를 내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이번 행보는) 총선까지의 (문 전 대통령) 역할론에 시동을 거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만약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하면 문재인 정부의 유산들을 문 전 대통령이 모두 뒤집어쓸 수도 있는 상황이라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세인 기자
우태경 기자
배시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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