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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에 내동댕이쳐진 기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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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흔하지 않지만 드물지도 않은 그 기분 좋은 성공을 나누려 씁니다. '생각을 여는 글귀'에서는 문학 기자의 마음을 울린 글귀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이렇게 박스를 기계적으로 옮기고 있으면 어느 순간, 내가 박스의 일부가 되어 선별 적재장으로 빨려들어가는 컨베이어 벨트로 내동댕이쳐지는 기분이 든다. (…) 이 새벽, 여자친구도, 아빠, 엄마도, 몇 되지 않는 친구 녀석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0에 가깝기에, 내 두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으로 멘토의 그 결론 나지 않는 미래 예측, 미래 대비에 관한 강의를 듣고 또 듣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주원규의 단편소설 '카스트 에이지'는 성공을 열망하나 녹록지 않은 현실에 허덕이는 스무 살 청년을 밀착 관찰합니다. 배달, 택배 상하차 일로 꽉 채운 하루를 반복하던 어느 날. 그는 멈추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에 자신이 던져진 기분을 느낍니다. 불안이란 연료를 태우며 쉼 없이 달려도 정작 방향을 모르는 삶.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건 고작 '스스로 잘하면 된다'는 (헛된) 믿음을 다잡아 보는 게 다입니다.
주 작가를 비롯한 11명의 작가가 '월급사실주의'라는 이름의 동인으로 모여 낸 첫 소설집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에는 그런 인물들이 모여 있습니다. 노동 현장에서 고립감을 느끼고 당장 생계를 위해 부조리에 눈 감아야 하나 갈등하는, 아주 평범한 이들의 '먹고사는' 문제들. 그 핍진한 이야기에 문득 서러워지기도 합니다.
노동은 가장 현재적 주제입니다. 빵을 만들다가도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는 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니까요. 하나 일상에선 똑바로 보기에는 고통스럽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자꾸 외면당하죠. 이런 문제를 풀 대책은 모르나 적어도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그 고통에 대해서는 쓸 수 있다"는 장강명 작가의 말('기획의 말을 대신하여')이 확 와닿았습니다. 계속 쓰고 또 읽고, 그렇게 직시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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