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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황금 들녘’ 철원-평강평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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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철원군 철원읍에 있는 소이산은 작지만 평야 지대에 솟아 있어 제주도의 오름을 닮았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두 갈래다. 작년 7월에 생긴 모노레일을 이용할 수도 있고, 옆쪽 산길로 올라갈 수도 있다. 20분쯤 걸어 정상에 서면 ‘철의 삼각지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계절 4색’의 풍경을 보여주지만 초가을에는 황금물결이 넘실거린다. 이맘때 철원평야의 잘 익은 벼들이 발산하는 황금색과 파란 하늘이 대비되면서 눈부신 풍광을 자아낸다.
저 멀리 철원평야의 황금빛 물결 너머로는 어둠이 내려앉은 비무장지대(DMZ)가 보였다. DMZ는 1953년 설치된 이후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돼,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지면서 보존가치가 높아졌다. 그러나 이곳은 남북을 갈라놓은 벽이며 분단의 아픔이 새겨진 눈물의 땅이다.
한동안 DMZ의 어둠 속에 머물렀던 시선이 북쪽으로 향하는 순간, 북한 땅 한 곳이 황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해가 저물며 한 줄기 빛이 북녘을 비추자 산그늘에 숨어있던 ‘평강평야’가 황금빛을 띠며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도 북한 주민들이 들판에 나와 벼 수확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눈앞 철원평야에서 본 모습이 DMZ 건너 북한 땅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니 그들이, 그 땅이 더욱 가까이 느껴졌다.
철원평야와 평강평야는 6,000만 년 전 화산분출로 생긴 용암대지다. 같이 시기에 태어난 형제 지형이지만 이젠 남북이 DMZ로 갈라놓았다. 착잡한 마음으로 북녁 땅을 보는 순간 평강평야는 다시 산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짧은 만남, 긴 여운’이 가슴 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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