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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 교재 "부당한 명령에 의견 개진"... 현실은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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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 정신교육 교재에 "부당한 명령은 복종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하급자가 의견을 개진할 용기를 갖춰야 한다"고 독려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방부 검찰단이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을 항명 등 혐의로 구속하려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야전부대에서 이뤄지는 교육내용과 실제 국방부의 대응이 어긋나면서 55만 군 장병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모든 명령이 다 복종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명백히 직무에 벗어난 명령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따를 필요가 없다"고 명시돼 있다. 또 "규정이나 훈령에 벗어난 명령의 경우 엄밀히 말해 복종할 필요가 없다"고 적시했다. "임무 달성의 중요성을 고려해 상관의 명령에 따를 것을 권장한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명령 복종에 있어서 하급자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한 것이다.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는 국방부에서 5년마다 발행하는 간부 및 병사의 정신교육 기본 자료다. 장병들은 부대 정훈교육을 통해 일일 또는 주간 단위로 이 같은 내용을 되새기며 군인관을 확립한다. 위 교재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발간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아직 교재 내용을 바꾸지 않아 현재 모든 군부대의 정훈교육 기본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교재에서는 하급자가 윤리적 감수성과 높은 판단력을 기반으로 지휘관의 명령에 적극 대응하도록 권하고 있다. 교재는 "군인복무기본법에서는 명령의 정당성이 의문시될 때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며 "부하라 해도 직무상 명령이 심각한 불이익이 예상되거나 불법 명령이라는 판단이 들 때 상관에게 명령을 취소하거나 유보를 건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1세기 참군인은 복종의 한계에 대한 윤리적 감수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면서 "직무와 무관하거나 타당하지 않은 명령에 대해서는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용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해병대 순직 사고를 대하는 국방부의 입장은 교재 내용과 전혀 다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박 대령이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하자, '범죄 인지시 외부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군사법원법 조항과 다르게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하지만 박 대령이 규정대로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자, 국방부는 박 대령을 수사단장에서 보직해임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다시 '항명'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이에 군 장병들의 기본권 보장이 약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부당한 명령 거부권'과 관련, 이전 정부에서는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발간한 '군인복무기본정책서'에는 삭제됐다. 국방부는 "관련 내용이 '명령 불복종 가능'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어 조만간 발간될 새 교재에는 명령 복종 의무를 강조할 계획"이라면서 "박 대령은 국방부 장관의 '정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아 항명 혐의로 현재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 의원은 "박 대령의 수사외압 폭로를 '전부 허위'라고 매도하는 국방부 장관의 이중적 행태에 군 장병들의 상실감과 박탈감이 커져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주창하는 강력한 국방과 힘에 의한 평화는 군 복무에 대한 자긍심과 충성심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허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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