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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연패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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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했던 무더위가 지나가고 있다. 그렁저렁 프로야구 정규시즌도 마무리 단계다. 예년 같으면 순위가 명확해질 시기인데 올해는 다르다. 혼전 양상이 시즌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각 팀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흥미 요인을 더하고 있다. 올해 유독 팀별로 연승‧연패가 많았기 때문이다. 시즌 초 연승하며 기대를 모은 팀은 현재 하위권이다. 반면 고전하던 하위권 팀은 승리를 이어가며 어느덧 상위권이다.
팬은 응원하는 팀이 연승하면 즐겁다. 동시에 언제 연패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 반면 연패 팀의 팬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다. 당장은 침울하지만, 연패 단절의 기쁨을 소망한다. 연승‧연패는 이렇게 양면성이 있다.
이런 롤러코스터 같은 양면성은 팬들을 부르는 흥미 요소다. KBO리그 역대 최다 연승 기록 팀은 SK와이번스(현 SSG)다. 2009년 8월 25일~2010년 3월 30일까지 22연승을 기록했다. 반면 역대 최다 연패 기록은 18연패이다.
뭐든지 처음이 중요하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다'라고 했다. 첫 상황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경제학에도 유사한 연구가 있다.
‘복잡계 경제학’의 선구자인 브라이언 아서는 초기 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험을 통한 가두기'(lock-in through learning)를 예로 들었다. 최초의 승자가 이후 비슷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최초의 기술 개발 기업은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고, 이는 다시 기술 개발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199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 역시 초기 단계를 중시했다. 그는 인적 자원을 예로 들었다. 일류 대학 학생들은 다시 일류 대학원에 진학할 가능성이 크다. 이후 일류 대학의 교수로 재직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야구의 연승에도 첫 승이 중요할까? 통계학에서는 첫 승이 다음 승리에 영향을 미치면 종속사건이다. 반대로 영향이 없으면 독립사건이다. 독립사건이면 첫 승이 중요하지 않다. 야구는 매 경기 투수가 바뀐다. 그래서 독립사건이라는 주장이 있다. 반면 종속사건이라는 주장도 있다. 첫 승의 분위기, 타순 등이 다음 경기에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야구의 연승에서 첫 승은 독립적 요인을 갖춘 종속사건이다. 그러므로 연승을 위해서는 첫 승이 중요하다. 반대로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투전(投錢)판 용어가 있다. 첫 승패의 결과를 부정하는 말이다. 이는 독립사건에 미신적 위로를 투영한 표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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