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유럽이 있다...수출 부진 속, 일본 제치고 EU 3대 수입국 올라

무역협회 보고서
EU 비회원국 수입 줄었지만 한국 수입은 늘어

8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올해 들어 4월까지 유럽연합(EU)의 역외 수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미국과 중국 등에 이은 7대 수입국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등 유럽 국가를 빼면 한국은 일본, 러시아를 제치고 EU에 세 번째로 수출을 많이 한 나라가 됐다.

한국무역협회는 14일 'EU 수출 시장 호조 품목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해 1∼4월 EU의 총 역외 수입이 지난해 대비 8.6% 줄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對)한국 수입은 10.7% 늘어 처음으로 일본과 러시아의 수입 규모를 넘어섰다.

올해 1∼4월 EU의 역외 수입국 순위를 보면 중국(1,881억 달러)과 미국(1,238억 달러)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영국(696억 달러), 스위스(485억 달러), 튀르키예(346억 달러), 노르웨이(332억 달러) 순이었다. 한국은 264억 달러로 7위였다. 영국 등 유럽 내 EU 비회원국을 빼면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EU에 수출을 많이 한 세 번째 나라였다.

1~7월 한국도 전체 수출이 13% 줄었지만 대EU 수출은 오히려 3.5% 늘어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자동차, 이차전지가 수출 효자

한국무역협회 제공

한국의 대EU 수출이 늘어난 건 자동차, 이차전지, 바이오 의약품 등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서다. 올해 1~6월 기준 EU의 대한국 수입 품목 중 이차전지 소재(양극재 107%, 흑연·전해액 190%), 바이오의약품(91.3%), 완성차(32.6%) 등에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수입액이 크게 성장했다.

보고서는 이차전지의 경우 EU의 역내 생산이 추진되면서 폴란드·헝가리를 중심으로 소재 수출은 늘고 있지만 완제품·부품 수출은 주춤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완성차는 독일, 프랑스로의 전기차 수출이 많이 늘었다. 또 헝가리,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신규시장으로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확대됐다.

무역협회는 EU의 이차전지, 자동차,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빠른 성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우리 기업의 수출도 더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는 2035년부터 친환경차 판매만 허용하는 정책(Fit for 55)을 시행한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EU의 전기차·리튬이온 전지 시장은 앞으로 5년 동안 각각 연평균 16.5%, 3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에 따른 바이오의약품 수요도 꾸준하게 늘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등 보호무역정책이 늘고 있는 만큼 새 통상질서에 대응해 EU 시장을 선점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