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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공유 남녀 룸메이트'... 그들은 연인이 될 수 있을까

입력
2023.09.16 11:30
수정
2023.09.16 12:4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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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마운트플러스(티빙) 드라마 '셰어하우스'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티파니(왼쪽)와 레온은 방과 거실과 화장실이 각각 하나인 아파트를 하루 12시간씩 나눠 쓴다. 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티파니(왼쪽)와 레온은 방과 거실과 화장실이 각각 하나인 아파트를 하루 12시간씩 나눠 쓴다. 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티빙 바로 보기 | 6부작 | 15세 이상

티파니(제시카 브라운 핀들레이)는 막 이사를 했다. 짐을 풀기도 전 술을 들이켜며 흐느낀다. 그럴 만도 하다. 남자친구 저스틴(바트 에드워즈)과 막 헤어졌다. 그의 안락한 집을 나와 다른 이의 집에서 임대로 살아야 한다. 상황은 유별나다. 거실과 방 하나인 아파트를 임대인과 하루 12시간씩 나눠 쓴다. 임대인 레온(앤서니 웰시)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밤에만 근무한다. 돈이 궁한 티파니와 레온의 ‘동거’는 절묘한 조합이다. 하지만 한 침대를 번갈아 쓰고, 집 안 모든 걸 공유해야 한다.

①12시간씩 숙식… 기묘한 동거

티파니는 온라인 잡지 기자다. 편집장은 조회수가 나올 기삿감을 가져오라고 티파니를 매번 압박한다. 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티파니는 온라인 잡지 기자다. 편집장은 조회수가 나올 기삿감을 가져오라고 티파니를 매번 압박한다. 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12시간씩 집을 나눠 쓰는 티파니와 레온의 상황을 반영하듯 아파트 호수는 24. 한집에서 함께, 따로 사는 두 사람이 지켜야 할 제일법칙이 있다. 절대 서로 만나지 말 것. 티파니와 레온은 전달사항과 불만, 요구 내용 등을 메모로 전달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로 잰 듯 시간을 쪼개 쓰거나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 둘은 매우 당혹스럽게, 가장 근원적인 모습으로 마주치게 된다. 사고나 다름없는 만남이었으나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이 시작된다.

티파니는 신생 온라인 잡지 기자다. 고향은 영국 서리주다. 캥거루족으로는 아예 살 수 없고, 주머니는 가볍기만 하다. 레온은 살인죄 누명을 쓴 형 리치를 위해 변호사비를 마련해야 한다. 두 사람이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이유다.

②런던 청년들의 주거난

티파니의 부모는 물정 모르는 딸이 집 살 생각은 않고 허름한 아파트에 세 들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티파니의 부모는 물정 모르는 딸이 집 살 생각은 않고 허름한 아파트에 세 들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티파니와 레온뿐 아니다. 티파니의 친구들 역시 처지가 비슷하다. 변호사인 마이아(샤니쿠아 오크워크)와 심리치료사 모(조나 하우어-킹)는 연인이 아니어도 함께 산다. 티파니는 다른 집을 알아보려 해도 이사가 쉽지 않다. 집이 그나마 마음에 들면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고, 임대료가 낮은 집은 주방에 욕실이 있는 등 거주 환경이 열악하다. 살인적인 주거난에 시달리는 런던 청년들의 현실이 드라마에 담겨있다.

청년들의 고단한 삶이 주요 소재이기는 하나 드라마는 발랄하다. 티파니와 레온이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상황이 웃음을 부른다. 외모와 목소리는 근사하나 지질하기 그지없는 저스틴의 질투, 레온 형의 누명을 벗겨주고 싶은 티파니의 동분서주, 애인 케이와 갈등하는 레온의 사정이 이어진다.

③시련에도 사랑은 이어진다

돈 때문에 기묘한 동거를 택한 레온(왼쪽)과 티파니는 서로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며 진정한 동거를 위한 관계로 나아간다. 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돈 때문에 기묘한 동거를 택한 레온(왼쪽)과 티파니는 서로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며 진정한 동거를 위한 관계로 나아간다. 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낯선 남녀가 한 침대를 공유한다는 설정은 달콤한 사연으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티파니와 레온은 서로 오해하고 서로에게 까칠하게 굴면서도 조금씩 가까워진다.

드라마는 로맨틱코미디의 전형을 보이면서도 상투적인 표현을 피하려고 한다. 티파니의 직장 생활을 보여주며 판타지가 아닌, 현실에 발을 디딘 사랑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부모님 덕에 집 걱정 없이 사는 철부지 청년, 런던의 주거 현실을 실감하지 못하면서 ‘요즘 애들’을 입에 올리는 티파니 부모의 잔소리 등은 국경을 넘어 공감을 얻을 만한 부분이다.

뷰+포인트

원제는 ‘플랫셰어(Flatshare)’다. 플랫(Flat)은 영국에서 주로 공동주택을 의미한다. 드라마는 로맨틱코미디물을 주로 쓰는 영국 작가 베스 올리리의 동명소설(2019)을 밑그림 삼았다. 영화 ‘풀 몬티’(1997)로 유명한 피터 카타네오 감독이 6부작 중 3부를 연출했다. 생계를 위해 여성전용클럽에서 춤을 추게 된 남성들의 사연(풀 몬티)을 맛깔난 웃음으로 전했던 카타네오 감독의 연출력은 여전하다. 울고 싶어도 웃음과 희망과 사랑을 찾아가려는 청춘들의 분투가 시선을 끈다. 티빙 내 파라마운트플러스 코너에서 볼 수 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100%, 시청자 80%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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