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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기자들이 사라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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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방부 기자 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화제가 됐다. 8월 29일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이 홍범도 장군 동상 이전 계획을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일종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한 기자가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 자신이 가담했다는 내용을 소련에 말을 했다’ 이 자료를 국방부가 확보했다는 말이냐”고 물었다. 전 대변인은 "네, 그런 문서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뉴스감이었겠지만 그건 아니었다. 이어진 질의에서 전 대변인은 추가 근거 자료를 확보했다는 것은 아니고, 여러 자료를 검토했다는 의미라고 발언을 정정했다.
이 과정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접한 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 언론사가 올린 영상은 불과 2주 만에 560만 회 조회수를 달성했고, 같은 상황을 담은 다른 언론사 영상들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시청자들도 댓글을 통해 '기자가 아닌 건 아니라고 목소리 내 주셔서 감사하다' '기자들의 똑똑한 반박에 (국방부는) 할 말도 제대로 못했다' '국민이 원하는 기자의 모습이다' 등의 격려를 표시했다.
정확한 사실과 근거를 따져 묻는 기자들을 보면서 미국의 전설적인 언론인 에드워드 머로가 떠올랐다. 미국 CBS 기자였던 머로는 195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즘 광풍1을 멈춰 세운 언론인으로 유명하다. 당시 미국은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의 주도로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이 불었는데, ‘시잇나우’(See It Now)라는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던 머로는 매카시의 허점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2.
머로는 매카시의 주장이 증거 없는 선동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1954년 3월 9일 방송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고발은 그 자체로 증거가 될 수 없으며 유죄 판결 여부는 증거와 법적 절차에 따라 결정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린 두려움에 떨며 살 순 없습니다.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광기의 시대로 빠져들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인은 때론 근거 없이 여러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선명성을 부각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인 정치인이라도 의혹만으로 ‘극형’을 거침없이 주장하는 것은 그가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정치인의 유·무죄를 가리는 일은 사법부가 할 일이다. 이때 정치인의 주장과 사실을 구분하고 집요하게 근거를 물어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게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다. 두려움을 자극해 국민을 광기의 시대로 이끌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이른바 가짜뉴스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악의적인 허위정보를 유포한 언론사를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도 마련하겠다고 한다. 가짜뉴스를 보도했다며 언론사와 언론인을 향하는 고소·고발과 수사도 많아져 위협적이다.
엄밀히 말해 가짜뉴스는 '오보'와 '허위조작정보'를 구분해야 한다. 의도적 정보 왜곡인 허위조작정보는 제재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언론사의 판단 실수인 오보를 허위조작정보로 몰아가는 것은 과도하다. 또 가짜뉴스를 언론사가 의도했는지, 누군가의 왜곡 시도였는지는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가짜뉴스 방지가 기자들의 입을 막는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기자들의 질문도 더 날카롭고 집요해져야 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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