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2차 개각… 강경파 신원식 앞세워 국정 ‘선명성’ 강조

입력
2023.09.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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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왼쪽부터)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무직 인선 발표 브리핑을 듣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왼쪽부터)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무직 인선 발표 브리핑을 듣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유인촌 대통령실 문체특별보좌관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는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발탁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 장관급 교체다.

이날 개각의 방점은 '통합'보다 '선명성'에 찍혔다. 특히 신 후보자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로 달아오른 ‘이념 논쟁’을 앞장서 주도하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관철시킬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신 후보자를 “35년간 군에 복무한 3성 장군 출신”이라며 “국방 정책, 작전 분야 모두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분으로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에 맞춰 우리 안보 역량을 견고하게 구축하고 국방혁신 4.0을 완성할 최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이명박(MB) 정부에서 문체부 장관을 지낸 유 후보자는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이해와 식견뿐 아니라 과거 장관 수행으로 정책 역량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언론, 정당, 공공기관 등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소통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각은 '문책'의 의미도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수사 외압 논란, 박보균 문체부 장관과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각각 낮은 업무평가 점수와 새만금 잼버리 파행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다. 세 장관은 전날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특히 이 장관의 자진 사퇴를 놓고 야당의 탄핵소추를 모면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안보 쪽 공백은 하루라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사표를) 수리하지 않으려 한다”며 “(신)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다른 장관은 몰라도 국방장관이 부재하는 건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 후보자는 육군사관학교에 설치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해야 한다고 처음 공론화했다. 이 과정에서 홍 장군을 "'무늬만 공산당원'이 아닌 '뼛속까지 빨간 공산당원'"이라며 "'반공'의 정체성 속에 태동하고 성장·발전해온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와 국군이 '공산당원 홍범도'를 기리고 추앙케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라고 강경 주장을 폈다.

이에 윤 대통령과 역사관·대북관에서 꼭 들어맞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소련 공산당원 경력의 홍범도 장군이 대적관을 갖고 생도를 키워내야 하는 육사의 정신적 지주로 맞느냐’는 취지의 생각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맨’ 유 후보자를 지명한 것도 파격이다. 문체부 장관에 취임할 경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이어 MB 정부 장관 출신이 또다시 장관을 맡는 사례다. 현 정부가 'MB 정부 시즌 2'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유 후보자는 과거 업무 추진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MB 정부의 ‘문화계 좌파 인사 찍어내기’ 논란 당시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번 개각으로 쇄신보다는 이념 논쟁에 치중한 정부의 강경 대응이 예상된다. 야당에선 “이념 전사들을 보강해 불통 정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오기 인사”(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검증된 적폐, MB 올드보이의 기용과 친윤 논공행상용 기용”(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전문성, 책임성을 갖고 현재 그 자리에서 역사적 소명을 다할 수 있느냐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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