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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와 올드보이의 귀환

입력
2023.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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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연방 하원의장이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연방 하원의장이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국정연설 때 뒤에서 연설문을 찢고 조롱박수를 보낸 낸시 펠로시 전 연방 하원의장이 내년 선거에서 20선 도전을 선언했다. 캘리포니아에서 19선을 한 펠로시는 1940년생으로 올해 83세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동갑이다. 주변에서는 정계은퇴 요구도 나오지만, 6세 연하인 트럼프의 재부상이 그의 현역 연장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대선과 연방 상ㆍ하원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는 고령 정치인들의 건강 문제가 화두로 부상했다. 81세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기자회견 도중 30초간 답변을 멈추고 미동조차 하지 않은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1972년생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75세 이상 정치인을 대상으로 정신감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81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도 건강 문제에 달렸다는 얘기가 나오고, 90세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도 건강 문제로 상원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자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상·하원에 80대 이상 의원만 21명이다.

□대한민국 21대 국회의원 중 최고령은 76세인 5선의 김진표 국회의장이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1947년생이지만, 김 의장 생일이 5개월 빠르다. 최고령 국회의원 당선인은 1992년 14대 총선 당시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만든 통일국민당 비례대표 당선자인 의사 출신 문창모 전 의원이다. 1907년생으로 당시 85세에 첫 금배지를 달았다.

□국내 정치에서도 언젠가부터 올드보이들의 귀환이 관심사다. 하지만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고령의 정치인들은 물갈이 대상 1호다. 그렇다고 젊은 정치인들이 대거 진입하지도 못했다. 21대 국회의원 평균연령은 55세다. 정치가 실종됐다는 말이 낯설지 않은 요즘이다. 관록과 연륜으로 의회 정치를 복원시키는 데 진정성을 보인다면, 올드보이들의 복귀를 꺼릴 일만은 아니다. 공천을 앞두고 있는 여야도 나이를 절대적인 물갈이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 노장청의 조화가 이뤄지는 22대 국회를 기대해 본다.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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