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알아두면 쓸모있을 유전자 이야기.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혁신과 도약으로 머지않아 펼쳐질 미래 유전자 기반 헬스케어 전성시대를 앞서가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 동향에 대한 소개와 관련 지식을 해설한다.
핵만큼 중요한 미토콘드리아
세 부모 아기 탄생 원인 제공
지구촌 생물번성 철학도 담아
세포가 자기 자신을 복제하거나 후손을 만들 때 물려줘야 하는 정보의 가장 기본적 요소를 유전자라고 한다. 사람 유전자는 약 2만 개의 단백질을 중심으로 다양한 조절 인자들을 만들어 내며 우리의 몸과 마음을 형성한다. 이 유전자들은 염색체라는 형태로 세포 안에 존재하고 있다.
사람 세포의 경우 흔히 23쌍의 염색체에 유전자 정보들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사실 이 표현은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람 염색체는 현미경하에서 보이는 크기 순으로 1번부터 22번까지 이름이 붙어 있는데, 아버지로부터 받은 염색체와 어머니로부터 받은 염색체가 각각의 번호마다 하나씩 있으므로 22쌍이 존재하고, 여기에 성염색체라고 부르는 염색체 X와 Y가 짝을 이루고 있어서 23쌍이 된다.
그런데 다른 22쌍은 같은 번호라면 아버지로부터 받은 염색체와 어머니로부터 받은 염색체가 마치 왼팔과 오른팔만큼이나 거의 똑같은 염색체라고 할 수 있는 반면, 염색체 X와 Y는 같은 염색체라고 하기에는 그 크기나 유전 정보의 내용 면에서 너무나 다른 염색체다. 결국 사람 염색체는 23쌍이긴 하지만 24종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렇지만 사람 세포는 이들 염색체 24종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효모와 같은 단세포 수준의 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진핵생물들에게는 추가적인 염색체가 필요한데 바로 미토콘드리아 염색체이다. 게다가 미토콘드리아 염색체는 세포마다 1개나 2개씩만 존재하는 게 아니고 효모 같은 단세포 생물에도 평균적으로 10개 이상 있으며 사람 세포에는 일반적으로 1,000개 이상 존재하고 상황에 따라 형태와 숫자가 변한다. 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담당하고 있으니, 비록 그 덩치가 매우 작기는 하지만 세포핵 안에 있는 24종의 염색체와 비교해도, 숫자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결코 미미한 존재들이 아니다.
세포 내 에너지 흐름에 핵심적인 유전자들이 담겨 있는 이토록 중요한 미토콘드리아 염색체는 그 생물학적 기능 외에도 오늘날의 우리에게 더 큰 철학적 의미를 준다. 바로 미토콘드리아의 유래와 관련돼 있다.
아주 오래전(약 20억 년 전이라는 추정도 있다.) 지구 역사 속 어느 날,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유전자들을 가지게 되었던 원시 세균이 다른 덩치 큰 원핵세포에게 포식당했다. 그런데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세균이 원핵세포 안에서 내부 공생을 시작하게 되면서 현재의 미토콘드리아로 남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 동안 유지되고 있는 공생 관계이며 그야말로 협력과 상생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 세포핵의 24종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는 약 2만 개의 단백질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반면, 미토콘드리아 염색체에는 13개 단백질을 포함해 총 37개의 유전자 정보만이 담겨 있다. 원시 세균의 유전자 특성들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세포핵 속 유전자들과 협력해 미토콘드리아라는 에너지 대사 소기관을 형성하고 작동시킨다. 당연히 이들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다양한 유전질환이 생길 수 있으며 암세포들은 끊임없는 증식을 위해 미토콘드리아를 과잉 작동시키기도 하므로 이러한 현상을 이용해 암의 진단 혹은 치료 방법을 개발하기도 한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세 부모 아기의 경우, 미토콘드리아 질환이 있는 여성의 세포핵을 미토콘드리아가 정상인 여성의 세포에 이식한 후에 남성의 세포핵과 수정시켜서 해당 유전질환이 없는 아이를 출산하는 방법이다.
그 시작은 포식자와 피식자 관계였지만 지금은 전혀 뗄 수 없는 관계로 협력하고 있는, 세포핵 속 염색체의 유전자들과 미토콘드리아 염색체의 유전자들을 보며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분열과 양극화를 이겨낼 수 있는 공생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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