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홍수 사망자 최소 5300명, 실종 1만 명..."대재앙적 상황"

입력
2023.09.13 09:01
수정
2023.09.13 15:21

무정부 상태... 수색 작업, 사상·실종 집계 더뎌
이집트 등 인접국, 구조대 보내 인도적 지원

12일 폭풍 다니엘이 강타한 리비아 동북부 데르나의 한 거리에서 한 주민이 홍수에 파손된 차를 바라보고 있다. 데르나=로이터 연합뉴스

12일 폭풍 다니엘이 강타한 리비아 동북부 데르나의 한 거리에서 한 주민이 홍수에 파손된 차를 바라보고 있다. 데르나=로이터 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리비아를 강타한 대홍수 참사의 사망자가 5,000명을 넘어섰다고 AP통신이 리비아 국영 매체를 인용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종자도 1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인명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 내무부는 이날 동북부 항구도시 데르나 지역에서만 사망자가 5,300명 넘게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데르나 지역 당국이 발표한 이번 홍수 사망자 수는 2,300명이었다. 벵가지에 거점을 둔 리비아 동부 정부는 1만 명 이상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했다. 수색 작업이 진행될수록 사망자 수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리비아 동부에선 지난 9일 이 지역을 덮친 폭풍 다니엘로 인해 이튿날 데르나 인근 댐 두 곳이 무너졌다. 홍수가 데르나를 통째로 집어삼키면서 사상자와 실종자가 대거 발생했다. 타메르 라마단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리비아 특사도 “사상 초유의 홍수”라며 “사망자가 며칠 안에 수천 명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북아프리카 반대편 모로코에서 이틀 전 발생한 강진을 언급하며 “리비아 상황은 모로코만큼이나 파괴적”이라고 말했다.

위성사진 제공업체 플래닛랩스가 지난 2일 상공에서 촬영한 리비아 데르나의 위성사진(위 사진), 대홍수 발생 후인 12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AFP 연합뉴스

위성사진 제공업체 플래닛랩스가 지난 2일 상공에서 촬영한 리비아 데르나의 위성사진(위 사진), 대홍수 발생 후인 12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AFP 연합뉴스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을 계기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된 후, 리비아는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 국민군(LNA)과 서부의 통합정부가 대립 중인 무정부 상태다. 이런 탓에 시신 수습은커녕 정확한 피해 규모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집트, 알제리, 튀니지,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등 인접국들이 구조대를 파견해 실종자 수색과 이재민 구호 지원에 나섰다고 AP는 덧붙였다.

데르나시 등 피해 지역을 ‘재해 지역’으로 지정한 LNA 정부의 오사마 하마드 총리는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동부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없는 리비아 서부 트리폴리 통합정부(GNU)의 압둘하미드 드베이바 총리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하마드 총리는 이번 홍수에 대해 “우리의 복구 능력을 훨씬 넘어서는 피해”라며 좌절감을 토로했고, 오스만 압둘잘레엘 리비아 보건장관도 “대재앙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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