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복지' 문제에 빠진 일본

입력
2023.09.13 04:30
25면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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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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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이 직원들의 이직을 최소화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직장 복지’ 고민에 빠졌다.

12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일본 근로자의 2022년 직장 업무 몰입도는 겨우 5%로, 전 세계 평균(23%)에 크게 못 미쳤다. 업무 몰입도란, 직원들이 얼마나 열정과 흥미를 갖고 본인 업무에 임하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일본은 2009년 조사에서 7%를 기록한 이후 매년 진행된 조사에서 OECD 국가 평균은 물론, 지리적ㆍ문화적 인접 국가들에 훨씬 못 미쳤다. 특히 2022년에는 5%를 기록, OECD 국가(18%)와의 격차가 무려 13%포인트에 달했다.

일본 근로자 업무 몰입도

일본 근로자 업무 몰입도

갤럽은 ‘업무 스트레스’에 주목했다. 일본 근로자의 42%가 ‘업무 시간 대부분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갤럽은 “스트레스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장시간 근무 △휴가에 대한 직장 내 압력 △엄격한 수직관계 등 일본 직장 문화의 특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갤럽은 또 일본의 ‘평생직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갤럽은 “최근 평생직장 개념은 예전보다 약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반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면서 “이는 잠재적으로 ‘변화에 대한 열정’을 꺾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일본 직장인 설문 조사

일본 직장인 설문 조사

또 ‘자기가 할 수 있는 업무 유형이 많은가?’에 대해서도 일본 직장인들은 73%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정작 ‘지금이 일자리를 찾기에 좋은 시기인가’라는 질문엔 25%만이 ‘그렇다’고 답해 전 세계 평균(5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갤럽은 “첫 번째 질문에서는 ‘직장인이 자기 경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알 수 있고, 두 번째 질문에선 ‘현 취업 시장에 대한 전망’ 정도를 알 수 있다”면서 “일본 직장인은 자신들의 커리어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지만, 전반적인 경제, 노동 문제, 능력-기회의 불일치 등 외부 경제 요인에 제약받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이런 직장 내 스트레스 및 낮은 복지 수준은 근로 형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총무성의 2022년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는 3,588만 명, 비정규직 근로자는 2,101만 명으로 집계됐다. ‘왜 비정규직 근무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엔 ‘내가 원할 때 일하고 싶어서’라는 답변이 679만 명이나 됐는데, 이는 2016년 답변(517만 명)보다 급증한 수준이다. 반면, ‘정규직 일자리가 없어서’라는 답변은 2016년 297만 명에서 210만 명으로 줄었다. ‘내가 편하다면 비정규직도 상관없다’며 유연한 근로 방식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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