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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서 미래 찾으려 달려간다...전기차·게임·바이오·화학·담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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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와 배터리부터 모바일 게임과 제약·바이오, 석유화학까지. 굴지의 국내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인구 2억7,000만 명의 거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한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 원가 경쟁력, 시장 잠재력을 두루 갖춘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아세안 국가는 물론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뻗어나가는 데 있어 디딤돌로 삼으려는 뜻도 담겼다.
①현대자동차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아이오닉5를 출시한 지 1년 만에 전기차 1위 업체에 올랐다. 인도네시아에 온 자동차 업체 중 처음으로 전기차를 현지에서 만들고 파는 체계를 갖춘 덕분이다. 18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7월 기준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3,913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56.5%를 찍었다. 지난해에는 2,028대(19.6%)를 팔며 8,053대(78.0%)를 판매한 중국 우링자동차에 이어 2위였지만 올해는 역전했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크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전기차 허브로 인도네시아를 낙점한 현대차그룹은 2021년 7월 ②국내 1위 이차전지 업체 LG에너지솔루션, 인도네시아 정부 등과 손잡고 카라왕 지역에 배터리셀 합작 법인을 세웠다. 투자 금액만 약 1조1,700억 원으로 연간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이차전지를 만들 수 있다. 올해 공사를 마치고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두 회사가 인도네시아에 주목한 건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자 세계 1위 니켈 보유국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의 채굴, 제련부터 음극재, 전구체, 배터리셀, 배터리팩 생산, 배터리 유통 및 재활용까지 공급망을 정부와 국영 기업이 나서 구축하고 있다. 전기차 원재료를 곧바로 구할 수 있다는 이점뿐만 아니라 설비 및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 전기차 관련 세제 혜택 등 정부 인센티브, 아세안 지역 전기차 수요 흡수 위한 전략적 요충지라는 이점도 작용했다.
15일 한국무역협회가 자카르타에서 주최한 '2023 한-인니 미래 산업 협력 포럼'에서 데디 수쁘리얀또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 부국장은 "인도네시아는 니켈뿐 아니라 보크사이트, 구리, 금, 은, 주석 등 협력 가능한 광물 자원이 무궁무진하다"며 "전기차 배터리 부품 관련 분야는 물론 보크사이트, 주석 제련 고급 공정과 광업 부문까지 한국 기업의 투자와 협업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앞으로 전기차 외에 다른 모빌리티 사업에서도 인도네시아를 주요 생산 거점으로 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트리 와호노 현대차 아세안권역본부 차장은 "수소차 생산기지,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UAM) 등 장기 전략을 실현하는 데 있어 인도네시아는 중요한 거점"이라며 "수소차 생태계 조성, 항공 모빌리티 등 미래 산업 협력을 강화해 아세안의 탄소 저감에 이바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게임업계도 인도네시아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③컴투스는 7일 모바일 슈팅 게임 '스트라이커즈1945: RE'를 전 세계 출시에 앞서 인도네시아와 호주에 먼저 내놓았다. 인도네시아에서 비행 슈팅 게임의 인기가 높다는 점을 간파한 결과다. ④그라비티는 4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전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게임 지적재산(IP) '라그나로크'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 '라그나로크 오리진'을 선보이며 앰버서더를 비롯한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해 흥행에 성공했다.
국제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게임 시장 규모는 16억3,600만 달러(약 2조1,700억 원)로 대부분은 모바일 시장이지만 개인용컴퓨터(PC)·콘솔 등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터넷 인프라가 불균형하다는 문제가 있지만 게임 인구 수는 1억8,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잠재성은 높다.
일찌감치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이곳을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다. ⑤종근당은 2019년 인도네시아 제조·품질 관리 기준(GMP) 및 할랄 인증을 얻고 현지 최초 할랄 인증 항암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 9월 현지 제약사 오토사와 합작법인(CKD-OTTO)을 세우고 이듬해 7월 자카르타에서 50㎞ 떨어진 치카랑 산업단지에 항암제 생산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비록 인도네시아에서 의약품을 유통·판매하려면 생산 설비를 갖춘 현지 회사와 손잡고 5년 안에 해당 의약품의 기술 이전을 해줘야 했지만 시장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3,000만 달러(약 398억 원)를 투자했다. 인도네시아 항암제 시장은 2,3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38% 이상 성장하고 있는데 종근당은 특히 규모가 가장 큰 세포독성 항암제 시장(1,300억 원 규모)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나아가 이곳에서 경험을 살려 이슬람 국가들과 아세안경제공동체(AEC)는 물론 북아프리카와 유럽 등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동(東)자바주 파수루안에 바이오 사업부문의 핵심 생산 시설을 두고 있는 ⑥CJ제일제당은 1988년 현지에 터를 잡고 1991년부터 사료용 아미노산 라이신을 수출하고 있다. 생산량 대부분을 유럽과 아시아 등에 수출하는 세계 최대 규모 사료용 아미노산 생산 기지다. 1997년 좀방 지역에 지은 공장에선 △미래 식품 소재와 △영양 솔루션 △대체 단백 △배양 단백을 중심으로 신성장동력을 키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식품에 들어가는 조미 소재와 사료용 아미노에 대해 할랄 인증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약 5조 원(약 39억 달러)을 투자한 ⑦롯데케미칼 공사 현장을 찾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석유화학 사업도 관심이 모인다. 이 회사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바흘릴 라하달리아 투자부 장관과 함께 자바 반텐주 '라인 프로젝트'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예정대로 2025년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가 들어서면 연간 에틸렌 100만 톤(t), 프로필렌(PL) 52만t, 폴리프로필렌(PP) 25만t 등을 생산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에틸렌 공장의 원료인 나프타와 액화석유가스(LPG)를 바탕으로 에틸렌을 만들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또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 석유화학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먼저 차지하고 현지 폴리에틸렌(PE) 공장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⑧KT&G는 현지 맞춤화 전략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담배시장은 정향이라는 향신료를 가미해 독특한 맛을 지닌 크레텍(kretek) 제품이 주를 이룬다. 2011년 현지 담배기업을 인수한 회사는 이런 현지 취향에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에쎄와 레종 등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접목한 맞춤형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이후 10년 넘게 성공 가도를 달린 끝에 현지 생산량은 지난해 100억 개비를 넘어섰다. 올해 초 발표한 중장기 성장 계획에는 해외 생산거점 중 하나로 인도네시아가 낙점됐고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한 현지 신공장 설립 계획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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