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클릭만 했을 뿐"... 이재명, 검찰 조사서 대북송금 의혹 '모르쇠' 일관

입력
2023.09.12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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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사 시절 결재 문서 "모른다" 답변
검찰 "도지사가 모를 수 없는 구조" 일축
12일 재소환... 대북송금 핵심 혐의 조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5차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수원지검 청사를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5차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수원지검 청사를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조사에서 경기지사 재임 중 최종 결재한 스마트팜 등 대북사업과 관련해 "결재가 올라와 클릭(승인)만 했다"며 내막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대표를 12일 다시 불러 대북송금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했는지 등 그의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할 '맥점'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1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9일 제3자 뇌물 혐의 등 피의자로 출석한 이 대표에게 당시 경기도 남북교류사업 전반의 기초적 사실관계를 따져 물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 탓에 대북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경기도가 계속 대북사업을 추진·검토한 점을 '쌍방울을 통한 대북송금'의 출발점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측은 처음부터 삐걱댔다. 이 대표는 스스로 결재한 공문조차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사업 정당성을 적극 주장한 대장동·백현동 특혜 의혹 조사와 달리 모호한 답변 전략으로 일관한 것이다. 그는 검찰이 근거로 제시한 몇몇 문서는 자료를 요구해 내용을 꼼꼼히 읽는 데 장시간을 소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남북교류 성과 역시 "보좌진이 올린 것일 뿐"이라는 답변을 반복했다고 한다. 방북을 추진한 경위도 "경기지사 방북은 김문수, 손학규 (전 지사) 당시에도 진행됐던 것으로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검찰은 기초사실 조사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지만, 여전히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뇌물 등 혐의로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상당수 행적이 공식 보고·결재라인을 거쳐 이뤄진 만큼 이 대표가 모를 수 없다는 논리다. 이 전 부지사 공소장에 따르면, 쌍방울이 뇌물 반대급부로 얻은 이권 중 하나인 북한과의 경제협력 합의는 2019년 1월, 2019년 5월 두 차례 모두 그의 중국 출장에서 성사됐다.

해당 출장에서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만나 '경기지사 방북비용 대납' 등을 논의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부지사의 출장은 직속상관인 도지사 결재가 필요한 데다, 해당 논의가 실현됐을 때 가장 큰 수혜자는 이 대표라는 점도 근거다. 당시 2018년 북미정상회담 이후 양측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와중에 이 대표가 방북에 성공하면 꽉 막힌 한반도 평화무드에 물꼬를 트는 등 정치적 역량을 한 단계 높일 기회였다.

검찰은 12일 이 대표를 재소환해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남은 조사를 마친 뒤 사법처리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스마트팜 관련 김 전 회장의 대북송금을 보고받았는지 △방북비용 300만 달러를 쌍방울이 대납한 경위를 보고받고 지시했는지 △이 전 부지사 재판서류 유출 여부 등이 주요 조사 내용이다. 검찰은 대북송금 의혹이 현재 이 대표를 둘러싼 여러 사법리스크 중 가장 결정적 부분이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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