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를 품지 못한 미국

입력
2023.09.14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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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4 아흐메드 모하메드의 조립 시계

기자회견에서 필통 등을 재료로 직접 조립한 디지털시계를 보여주는 모하메드. AP 연합뉴스

기자회견에서 필통 등을 재료로 직접 조립한 디지털시계를 보여주는 모하메드. AP 연합뉴스

2015년 9월 14일, 미국 텍사스 어빙시 맥아더 고교 1학년이던 14세 소년 아흐메드 모하메드(Ahmed Mohamed)가 경찰에 의해 학교에서 수갑까지 채워진 채 연행됐다. 집에서 필통으로 디지털시계를 조립,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학교에 가져간 게 화근이었다.
영어교사는 수단계 무슬림인 모하메드의 조립 시계를 시한폭탄으로 착각, 학교장에게 보고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그의 시계를 보고도 수갑까지 채워 연행, 범인식별용 사진(mugshot)까지 촬영한 뒤 법정시한인 사흘간 청소년구치소에 구금했다. 그는 물론 기소되지 않았다.
학교 측은 모든 진실이 확인된 뒤에도 사과는커녕 ‘장난감으로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정학처분을 내렸다.

이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지자 텍사스 경찰과 학교 당국의 인종 편견과 차별을 성토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트윗에 “아흐메드, 멋진 시계야!”라며 “백악관에 와서 보여주는 건 어때? 우리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 너처럼 과학을 좋아하도록 영감을 주어야 해”라고 썼다. 모하메드는 10월 백악관 잔디밭에서 열린 천문학의 밤 행사에서 실제로 오바마를 만났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멋진 것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야심을 가진 아이들은 체포가 아니라 박수를 받아야 한다. 미래는 아흐메드와 같은 이들의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모하메드의 부모는 시 교육당국과 학교 측을 상대로 시민권 침해 소송을 걸었으나 2017년 ‘증거 부족’으로 기각됐고, 모하메드를 비방한 보수 언론 역시 수정헌법 1조(언론의 자유)를 방패 삼아 모든 책임을 회피했다.
모하메드와 그의 가족은 학교와 지역사회의 따돌림에 시달린 끝에, 2015년 말 장학금을 제안한 카타르로 영구 이주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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