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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와 단맛 권하는 사회

입력
2023.09.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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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중국 길거리 간식 탕후루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에서 모델들이 무설탕 사탕후루부터 홍콩 명물 기화병가 베이커리까지 인기 스낵들을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행사를 홍보하고 있다. 뉴스1

중국 길거리 간식 탕후루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에서 모델들이 무설탕 사탕후루부터 홍콩 명물 기화병가 베이커리까지 인기 스낵들을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행사를 홍보하고 있다. 뉴스1

‘콰사삭 아사삭’. 과일을 나무 꼬치에 꽂은 뒤 끓인 설탕물 거품을 입혀 얼린 탕후루를 먹을 때 나는 소리다. 중국이 원조인 길거리 간식 탕후루가 큰 인기다. 원래는 거란족의 음식으로, 설탕을 뜻하는 당(糖)과 호리병박을 뜻하는 호로(葫蘆)를 붙인 말이다. 모양이 표주박을 닮았기 때문이다. 북송 시대 광종의 애첩 황귀비가 알 수 없는 병을 앓다 산사 열매를 설탕에 달여 먹은 뒤 나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꽃사과라고 불리는 산사 열매는 소화를 돕지만 사실 매우 시거나 떫은 경우가 많아 그대로 먹기엔 힘들다. 그래서 설탕을 가미한 셈이다.

□이런 탕후루가 우리나라에선 꽃사과 대신 이미 충분히 단 과일인 딸기 귤 파인애플 청포도(샤인머스캣) 가지포도(블랙사파이어) 등을 사용해 극강의 단맛을 자랑하는 디저트로 바뀌었다. 고급 과일을 쓰다 보니 가격도 기본이 3,000원, 비싸면 7,000원도 한다. 주로 산사 열매를 쓰는 중국에선 10위안(약 1,800원) 안팎이다. 과일만 먹어도 달콤한데 설탕 코팅까지 입혔으니 한 번 맛을 보면 끊기가 힘들다. 영롱한 코팅막과 경쾌하고 기분 좋은 백색소음(ASMR) 덕에 사진과 영상을 유튜브나 카톡,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좋다. 10대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간식 1위에 오르고, 1초에 1개씩 팔린다는 소문에 창업이 잇따르는 이유다.

□그러나 한국인의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량을 초과한 상태다. 당질(탄수화물) 위주의 식사 후 과일을 먹는 것도 건강에 해로운데 설탕까지 버무린 탕후루는 과도한 당 섭취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염증을 유발하고 노화를 앞당기는 당 독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당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지고 점점 더 단것만 찾는 당 중독에 빠질 수도 있다. 비만 당뇨 심혈관계질환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쓰레기 처치도 곤란하다.

□탕후루에 모든 죄를 물을 순 없다. 건강에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단맛을 찾는 건 그만큼 사는 게 힘들고 잠시라도 이를 잊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 단맛을 계속 즐기기 위해서라도 균형을 지키는 게 우선이다. 뭐든지 과한 건 화를 부르는 법이다.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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