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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덕에 컸는데, 이젠 중국에 발목...애플에 드리운 '중국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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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애플이 250조 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날려 보내는 데는 딱 이틀 걸렸다. 5일(현지시간)까지만 해도 3조 달러에 가까웠던 애플의 시가 총액은 6, 7일 이틀 연속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2조7,760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애플의 가치를 이렇게 끌어내린 건 매출의 약 19%를 책임지는 중국. 남다른 '아이폰 사랑'으로 애플의 매출 성장을 이끌어 온 바로 그 중국이다.
애플이 전례 없는 위기에 빠졌다. 중국이 애플을 사실상 미국에 대한 보복 타깃으로 삼으면서다. 애플이 중국 때문에 흔들리는 게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애플은 자사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 등으로 문을 닫으면서 아이폰14 시리즈를 제때 공급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중국발 태풍은 그 강도가 전과는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덕에 커 온 애플이 이제 중국에 발목이 잡히게 된 것이다.
중국발 위기는 최근 중국 정부가 중앙정부 기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을 쓰지 말라"며 금지령을 내린 게 발단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6일 보도했다.
여기에 중국 화웨이가 기름을 부었다. 애플이 12일 아이폰15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인데, 이를 앞두고 중국에 프리미엄폰 신제품을 기습 출시한 것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집중 제재로 지난 3년 동안 5세대(5G) 이동통신용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하다가 지난달 말 7나노(nm·10억분의 1m)급 반도체가 담긴 '메이트 60 프로'를 내놓아 미국을 당황하게 했다. 중국에서 자국산 제품을 쓰자는 '애국소비' 열풍이 거세지는 와중에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뚫고 새 제품을 내놓자 중국 소비자들은 초반 판매량 신기록으로 화답했다.
화웨이의 새 프리미엄폰은 아이폰15 잠재 수요를 빼앗아 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2020년만 해도 화웨이와 20%포인트 정도 차이 났지만, 화웨이가 주춤한 3년 새 50%포인트까지 격차를 벌렸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반사이익을 누릴 수 없게 됐다. 이미 월스트리트에선 내년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최대 1,000만 대 감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최악은 아니란 점에서 애플은 안도하고 있다. 애플에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아이폰 제조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애플의 1년 매출을 좌우하는 아이폰 신제품 생산의 대부분을 중국이 맡고 있어서다. 애플은 미중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지난해 신제품 생산지에 인도를 추가했지만 아직 인도 생산 비중은 5%가 안 된다. 이 때문에 중국이 추가로 공장 가동에 제동을 걸면 아이폰15 시리즈 공급엔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애플이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이 아이폰에서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애플엔 직격타가 된다.
물론 현재로서는 이런 극단까지는 치닫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WSJ은 "애플이 중국을 필요로 하는 만큼 중국도 애플이 필요하다"며 "중국 내 애플 제품 제조 공장에는 수백만 명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는 중국이 이렇게 많은 자국민의 밥줄을 끊는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란 뜻이다.
미 경제매체 CNBC의 대표 해설가 짐 크레이머는 "애플은 중국에서 가장 큰 고용주 중 하나라 중국 정부에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설사 중국이 문제적 존재가 된다고 해도 애플은 다른 길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애플이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된 건 단순히 휴대폰을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뛰어난 적응력 때문으로, 중국의 보복에 흔들리긴 하겠지만 무너지진 않을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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