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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 '대동 정신'은 어디로... "모두가 즐겨야" vs "재학생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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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에는 흔히 ‘대동제(大同祭)’란 별칭이 붙는다. 축제를 통해 재학생과 졸업생, 지역사회가 모두 하나 되는 어울림의 마당을 만들자는 속뜻이 담겨 있다. 요즘 대학축제는 다르다. 9월 들어 일제히 축제에 돌입한 대학가에선 특정 집단을 차별하고, 참여 자체를 막는 등 화합보다 ‘배제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재학생들은 “축제의 주인공은 우리”라며 당연한 권리행사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대학에서 가르치는 ‘포용정신’에 반하는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엄존한다. 기준이 높아진 청년들의 ‘공정’ 가치가 새로운 사회상을 만들어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8, 9일 열린 고연전(연고전)은 이런 기류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7일 온라인 커뮤니티 ‘연세대 에브리타임’에는 “연고전 와서 사진 찍고 인스타 올리면 네가 정품 되는 거 같지?”라는 글이 올라왔다. 연세대 미래캠퍼스(원주) 재학생들은 축제 참가 자격이 없다는 조롱이었다.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도 5일 “세종은 왜 멸시받으면서 꾸역꾸역 기차나 버스 타고 서울 오는 거임?”이라는 글이 게시됐다.
차별의 시선은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4일 고려대 세종캠퍼스에는 서울캠퍼스 측 조치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세종캠퍼스 총학생회는 “서울캠 총학생회가 세종캠 재학생을 ‘입장객’으로 표현했다. 좌석 배정에서도 세종캠 대표자의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식 축제 준비 과정에서부터 본교가 분교를 조직적으로 차별했다는 것이다.
다른 대학들도 축제 참여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14일 ‘가을대동제’를 앞둔 경희대는 올해부터 ‘미성년자 출입금지’ 원칙을 앞세워 서울캠퍼스와 인접해 있는 경희중ㆍ고교 학생들의 ‘경희인 존(무대 앞 공간)’ 입장을 불허할 방침이다. 총학생회 측은 “(어린 학생들은) 공연 관람 에티켓이 확립되지 않는 등 다른 관람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취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정 집단을 넘어 아예 외부인에 축제 장벽을 세우는 대학들도 있다. 13일 축제에 들어가는 성균관대는 ‘티켓사전예약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재학생에게 우선 예약권을 주고, 남은 티켓 수량만 외부인에게 배포하는 식이다. 또 학생들에겐 무료인 티켓값을 외부관람객에게는 1만5,000원을 받는다. 중앙대도 재학생에게 스탠딩석 입장 팔찌를 배부해 외부인 입장을 1차로 금지하고 있다.
재학생 다수는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한다. 경희대 4학년 김모(25)씨는 “중ㆍ고교생들이 축제 자리를 차지하거나 몰래 술을 마시는 탓에 재학생들이 애꿎은 피해를 볼 때가 많다”고 분노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도 “외부인이 과하게 유입되면 안전 관리가 쉽지 않다”면서 “성균인들을 위한 잔치”라고 강조했다.
반면 차별과 배제는 축제 본연의 정신에 반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고려대 국제학부 4학년 심모(24)씨는 “티켓 수량이 제한돼 있다 보니 학생들이 예민해지는 것 같다”며 “고려대는 두 캠퍼스를 이동하며 수업 듣는 이들도 많은데 분교를 홀대하는 건 너무한 처사”라고 말했다. 중앙대 졸업생 이모(27)씨도 “대학을 위한 지역사회의 많은 배려를 감안하면, 외부인 배제가 당연시돼선 안 된다”고 아쉬워했다.
갈등 배경엔 2030세대가 중시하는 공정 담론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의 공정 기준은 다른 세대보다 높다”며 “투자한 노력과 등록금에 따라 얻은 정당한 권리를 침해받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기성세대에 없는 예민함이 발현된 결과”라면서도 “학생들만 비난하기보다 차별ㆍ배제 논란을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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