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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강·바다에 공단까지… 실종자 수색, 부산서 가장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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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치매 실종 경보 문자. 매일 40명의 노인이 길을 헤매고 있다. 치매 실종은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무관심하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치매 실종자 가족 11명의 애타는 사연을 심층 취재하고, 치매 환자들의 GPS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회 패턴을 분석했다. 치매 선진국의 모범 사례까지 담아 5회에 걸쳐 보도한다.
치매 환자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 발견되기까지 가장 오래 걸리는 지역은 어디일까. 부산 사상구를 포함해 부산 지자체가 상위 10곳 중에서 4곳이나 포함됐다. 부산에서 치매 환자가 사라지면 수색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는다는 뜻이다. 길이 복잡하고 산이 많은 데다, 바다와 낙동강을 접하고 있는 지리적 특성이 수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스마트치안지능센터는 2018년 6월부터 2021년 6월까지 경찰의 실종자 프로파일링 데이터 중 치매 실종자 3만7,619명을 뽑아 △실종 발생 건수 △실종자 나이 △성별 △수색시간 △발생지 △발견 장소 등을 교차 분석했다. 실종자 프로파일링 데이터가 대규모로 분석되기는 처음이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실종자는 80대가 1만7,089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70대(1만2,780명), 60대(3,813명), 90대(2,944명), 50대(844명) 순이었다. 대부분 연령대에서 남성이 더 많았지만, 90대는 여성이 더 많았다. 겨울에는 실종 발생 건수가 적었고, 봄과 가을에 많은 편이었다.
실종자 발견 장소는 본인 집이 가장 많았다. 실종됐다가 결국 자신의 집(1만6,750건)으로 스스로 찾아온 것이다. 그다음으로 아파트(4279건), 노상(3165건), 기타(3119건), 주택가(1722건), 병원(1568건), 빌라(1086건) 순이었다. 발견 위치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데이터 4,945건을 바탕으로 실종 장소(자가 등)로부터 발견 장소까지 이동 거리를 조사한 결과, 평균 3,840m로 조사됐다. 연령별로 보면 젊을수록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60대는 집에서 4.9㎞ 거리에서 포착됐고, 70대는 4.2㎞, 80대 3.4㎞, 90대는 3.2㎞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광역단체 기준 수색시간(실종 후 발견까지 5일 이내 기준)은 부산이 7.7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대전(6.6시간), 인천(6.4시간), 서울(6.1시간) 순이었다. 시군구별로 보면 부산 사상구가 19.6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그다음이 경북 봉화군(11.9시간), 충남 금산군(10.3시간), 강원 평창군(10.3시간), 부산진구(10.0시간) 순이었다. 부산만 놓고 보면 북구 8.4시간, 중구 8.3시간까지 포함해 전국 상위 10개 시군구 중에서 4곳이 치매 환자를 찾는 데 힘든 지역으로 분류됐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은 수색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 수사관이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기초 자료로, 2011년부터 활용되고 있다. 경찰은 실종자의 △접수정보 △기본정보 △신고 및 접수자 △신체 특징 △착의 △기타정보(발생개요 및 배회장소) 등을 입력해야 한다. 교통사고 이력 등 실종자 수색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연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어르신이 산에 들어가면 찾기 어렵습니다."
본보가 지난 2개월간 전국 경찰서의 실종 담당 수사관들로부터 들은 일관된 얘기다. 치매 노인은 정해진 등산로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고, 산에는 폐쇄회로(CC)TV도 없어 추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수풀이 우거져 드론을 띄워도 발견하기 쉽지 않고, 수색견을 풀어도 길이 험해 한계가 있다.
지난해 11월 3일 실종된 치매 노인 이성범(현재 78세)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씨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의 한 식당에서 실종된 뒤 모악산 진입로 CCTV에 마지막 모습이 잡혔다. 가족과 경찰은 이씨를 찾으려고 등산로 인근에 실종자 찾기 플래카드를 달고 전단지를 배포했다. 경찰 55명과 소방 33명, 수색견 4마리를 투입해 열흘간 수색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
실종 업무를 담당하는 지방경찰청의 한 폭력계장은 "치매 실종자를 못 찾았다면 대부분 산에 갔다고 보면 된다. 노인이 혼자 산을 돌아다니는 게 이상한 것도 아니라서 신고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며 "산에서 사망하면 시신이 훼손되기 쉬워서 찾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부산에선 왜 실종자 찾기가 어려울까. 낙동강과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이 장애물로 꼽힌다. 예컨대 낙동강 생태공원은 매우 넓지만, 공원 안팎에 CCTV는 많지 않다. 바다에서 실족사했다면, 시신이 바다로 떠내려갔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본보가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청의 치매 실종자 프로파일링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 15일 부산 사상구에서 실종된 79세 노인은 한 달이 넘은 그해 2월 18일 낙동대교 하부 늪지대에서 발견됐다.
부산은 6·25 전쟁 때 피란민들이 밀려들어 형성된 주택가가 많다. 산 중턱에 집들이 복잡하게 들어선 탓에 산복도로가 많고 길도 미로처럼 꼬여 있다. 단조로운 길을 걷다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 도로를 마주하면, 치매 노인들은 길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일선 경찰서의 한 실종팀장은 "시골에선 어르신이 실종되면 마을 주민이 모두 찾아 나서지만, 부산 같은 대도시에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자기 일이 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에 대규모 공단이 여럿 있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부산에는 낙동강변을 따라 사상구와 사하구에 걸쳐 대규모 공단이 자리 잡고 있지만, CCTV는 많지 않다. 본보가 사상구의 CCTV 445개의 위도·경도값을 확보해 지리정보서비스업체인 '비즈 GIS'의 도움을 받아 분석한 결과, 공단 지역에는 CCTV가 거의 없고 주택가를 중심으로 설치돼 있었다. 낙동강 생태공원에서도 CCTV를 찾기가 어려웠다.
3년 전 부산에서 실종된 이은혜씨(현재 70세)의 마지막 행적도 공업단지였다. 이 할머니는 부산 영도구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지인이 사는 사하구의 공업단지가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 내렸다. 경찰은 할머니가 공업단지로 이동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편은 한국일보에 "공장마다 CCTV가 있지만 공개 협조가 쉽지 않다고 들었다"며 "가로등 불빛을 따라가다 발을 헛디뎌 강물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는데 신고가 안 들어오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공단에는 외국인이 많다. 이들은 한국 문화와 언어에 능숙하지 않아 치매 환자가 배회해도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않는다. 사상구의 외국인 거주 비율은 3.6%로 부산 평균(2.2%)보다 높다. 부산 소재 대학의 한 도시공학과 교수는 "사상구 공단은 오래된 데다 유동 인구가 적고 외국인도 많은 편"이라며 "말이 통하는 사람 발길이 뜸하다 보니 실종 신고가 접수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종자 수색 시스템 개선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찰청은 45억 원을 들여 2011년 실종자의 조속한 발견과 복귀, 조사·수색을 돕는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구식 취급을 받고 있다.
수색 현장에선 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어금니 아빠 살인사건' 당시에도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시스템에 접속하려고 파출소로 복귀해야 했다. 수색 작업의 긴급성을 고려하면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는 게 일선 경찰들의 설명이다.
온라인 지도 시스템과 연동되지 않는 점도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 실종 발생지와 배회 장소, 최종 행적, 발견 지점을 일일이 수기로 입력해야 하기에 정보가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프로파일링 자료를 보면, 발견 장소로 '역 앞'이나 '노상' 등 개략적 내용만 적혀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스템이 구축된 지 10년이 지나는 동안 IT기술은 몰라보게 발전했다"며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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