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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검찰, 소환 후에도 으르렁… '12일 출석' 놓고 기싸움

입력
2023.09.10 21: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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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조사 협조 안 해" vs 이 "정치검찰에 연민"
대북송금 1차 조사에서 조서 날인도 안 돼
검 "조사 내내 비협조적... 다시 출석하라"
이 "정치검찰 연민... 재출석은 상황 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검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검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이 의혹을 전력 방어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차례 소환 조사 이후에도 치열한 샅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의 핵심 혐의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재소환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대표 측은 "검찰의 망신주기 수사"라고 맞서며 추가 소환에 대한 답을 미루고 있다. 열흘을 넘어선 이 대표의 단식투쟁도 수사 일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검찰의 사법처리 일정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9일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등 혐의의 피의자로 소환 조사했다. 150쪽의 질문지를 준비한 검찰은 이날 조사를 끝마칠 계획이었지만, 단식 중인 이 대표가 건강상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구해 오후 6시 40분쯤 조사를 마쳤다.

검찰 측에선 이 대표 추가 소환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쌍방울을 통해 북한에 송금된 800만 달러 중 △스마트팜 사업 관련 500만 달러 부분에서의 이 대표 역할 △이 대표의 방북 비용으로 지목된 300만 달러 부분에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준비한 질문 중 80% 정도를 소화했지만, 핵심 혐의 등은 나머지 20% 정도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 자료가 이 대표에게 건네진 경위에 대한 이 대표의 입장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 검찰은 조사 지연 이유를 서로의 탓으로 돌렸다. 조사를 마치고 검찰청사를 나선 이 대표는 "전해 들었다는 김성태(전 쌍방울 회장)의 말, 증거가 되지 않는 정황 이런 걸로 이 긴 시간을 보냈다"며 "정치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조사 내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조사는 시작도 못했다고 맞섰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나 성남FC 후원금 의혹,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한 앞선 검찰 조사 때와는 달리, 검찰 주장의 근거가 되는 공문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거나 이를 읽을 시간을 달라고 하는 등 전보다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사 종료 후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 대표는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했다"며 "조서 열람 중엔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를 부렸는데,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되었는지 답하지도 않은 채 조서에 서명을 날인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실했다"고 밝혔다. 당사자의 서명 날인이 없는 조서는 법정에서 정식 증거로 쓰일 수 없다.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소환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검찰은 12일 오전 10시 30분 출석하라고 통보했지만, 이 대표는 "일정을 협의해 결정하겠다"며 확답을 미룬 상태다. 검찰 일각에선 구속영장이 추석 전에 청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이라고 의심한다. 검찰은 이 대표의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백현동 개발 의혹(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 사건과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부터 단식투쟁에 들어간 이 대표의 건강 상태도 영장 청구 시점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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