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쓰는 세금 지방세로 분류돼 서울시 연간 1280억 추가 부담

입력
2023.09.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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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1년 자동차세 주행분 5400억 거둬
정부 정책 따라 3929억은 유가보조금 지원
시가 사용 못해도 지방세 분류… '과대 계상'
교육청·지자체에 1,281억 추가 지출, 불합리

휘발유와 경유 등 기름값이 상승하자 8월 16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 수원시의 한 주유소에서 자동차들이 기름을 넣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뉴스1

휘발유와 경유 등 기름값이 상승하자 8월 16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 수원시의 한 주유소에서 자동차들이 기름을 넣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뉴스1

지방자치단체들이 개선을 요구하는 자동차세 주행분(2021년 기준 4조1,000억 원) 중 3조 원이 국가 정책에 의해 유가보조금으로 지급되면서 지방재정 왜곡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장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시의 경우 연간 1,280여억 원의 추가 부담을 지고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지적된 자동차세 주행세 개편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와 한국지방세연구원이 8일 서울 양재동 연구원에서 공동개최한 ‘지방세제 합리화를 위한 자동차세(주행분)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유태현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자동차세 주행분이 지방세로 간주된 데 따른 세수 왜곡으로 인한 특별시ㆍ광역시의 추가부담을 정부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1년 기준 연간 8조3,000억 원 걷힌 자동차세는 크게 소유주에 배기량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소유분(4조3,000억 원), 정유업자와 유류수입업자에게 부과하는 주행분(4조1,000억 원)으로 나뉜다. 그런데 주행분 중 75%인 3조728억 원이 중앙 정부 정책에 의한 유가보조금으로 사용된다. 이 돈은 운수사업자를 지원하는 데 고스란히 쓰이는 셈이다. 지자체는 전혀 손댈 수 없는 구조라 불만이 컸다.

서울시와 한국지방세연구원이 8일 공동개최한 자동차세(주행분) 개선 토론회. 서울시 제공

서울시와 한국지방세연구원이 8일 공동개최한 자동차세(주행분) 개선 토론회. 서울시 제공

반면, 유가보조금도 지방세 수입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특별시ㆍ광역시의 지방재정자립도는 실제보다 높게 나타난다. 유 부원장은 “이에 따라 교육청 지원금(교육청전출금)과 기초자치단체 지원금(조정교부금)을 지자체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현행 관계법령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방세의 10%를 교육청전출금, 또 22.6%를 조정교부금으로 기초자치단체에 지원해야 하는데, 지자체는 전혀 손댈 수 없는 유가보조금도 지방세로 분류되는 바람에 과다 지급되고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서울시의 경우 2021년 기준 주행분 자동차세로 5,400억 원(정액보전금 1,471억 원, 유가보조금 3,929억 원)의 세수를 거뒀는데, 유가보조금에 대한 조정교부금(888억 원)과 교육청전출금(393억 원)을 추가 지출하는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유 부원장은 “(추가 지출분은) 결국 다른 세금에서 거둬들인 걸로 주게 된다”며 “주행분 구성 항목 중 유가보조금을 분리해 (별도의) 목적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불합리 지적 공감, 해결 쉽지 않아"

서울시와 한국지방세연구원이 공동개최한 자동차세(주행분) 개선 토론회. 서울시 제공

서울시와 한국지방세연구원이 공동개최한 자동차세(주행분) 개선 토론회. 서울시 제공

한발 더 나아가 유가보조금분에 해당하는 주행분 자동차세를 중앙정부로 환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허등용 경북대 교수는 “지방재정을 왜곡시키는 요인을 아예 제거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주장을 폈다.

행정안전부 역시 문제 의식에는 공감하고 있다. 토론장에 직접 온 행안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유가보조금을 별도의 보조 사업으로 분리하는 것이 맞지만, 재정당국과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특별시ㆍ광역시가 유가보조금에 대한 조정교부금을 끊는다면 재정 사정이 더 열악해질 기초자치단체들의 사정도 고려해야 해 현실적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다”고 답했다.

유 부원장과 토론자들은 주행분 중 유가보조금을 제외한 나머지 약 1조 원도 과거 자동차세 개편에 따른 세수 감소를 보전해주는 목적으로, 2012년 이후 9,830억 원으로 동결된 점이 문제라는 데 동의했다. 그러면서 2001년 주행분 신설 당시보다 현재 자동차 등록대수가 2배 가량 늘어난 점 등을 언급하며 정액보전금 인상 또는 현실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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