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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혐오 막말… 정치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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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이 도를 넘는 막말로 스스로 권위를 추락시키며 정치혐오만 부추기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그제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가 항의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전후 상황을 뜯어보면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태 의원은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7년째 외면한다며 “공산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가 공격을 당했다. “북한에서 쓰레기가 나왔어, 쓰레기가”, “부역자야”, “빨갱이가 할 소린 아니지”라는 야유가 쏟아진 것이다.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 체제로 탈북해 국민의 대표가 된 사람을 다수당 의원들이 조롱하는 건 상식을 벗어났다.
이런 인식은 10여 년 전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 의원이 탈북자 대학생을 “배신자”라는 취지로 비하한 기억마저 떠올리게 한다. 탈북자를 보는 시각의 바탕이 북한 권위주의 체제란 말밖에 더 되나. ‘쓰레기’ 발언을 한 민주당 박영순 의원은 전대협 부의장 출신이다. 그렇다고 태 의원을 동정할 마음 역시 와닿지 않는다. 그는 지난 4월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Junk(정크·쓰레기) Money(머니·돈) Sex(섹스) 민주당”이라 썼다가 삭제한 인물이다. 본회의장에서 민주당을 공산전체주의에 빗댄 그의 발언은 한국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를 소환한 것이었다.
경쟁적으로 자극적이고 독한 말을 쏟아내는 건 정치가 지켜야 할 금기의 마지노선을 허물어 ‘정치’ 그 자체를 붕괴시킨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은 중앙당이 이재명 대표의 단식 장소 인근 국회 소통관 앞에서 연 수산물 소비촉진 행사 참석을 단식 출구전략으로 제안하는 SNS 글을 올렸다가 ‘먹방쇼’라는 비판에 삭제했다. 민주주의는 ‘만인의 투쟁’ 상태인 현장의 갈등을 제도의 틀로 가져와 용광로처럼 녹여내고 조정해 국민통합과 국익을 취하는 것이다. 태 의원 사태는 이런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말부터 실패하고 있는 우리 정치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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