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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전격 철거한 임옥상 작품… 경기 지자체는 '신중'

입력
2023.09.08 13:10
수정
2023.09.08 16: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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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문화재단, 성남 율동공원, 광주 나눔의집에 3점
"확정판결 전, 작품특성 등의 이유 철거 검토 아직"

서울시 관계자들이 지난 5일 서울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옥상 화백의 '세상의 배꼽'을 철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서울시 관계자들이 지난 5일 서울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옥상 화백의 '세상의 배꼽'을 철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서울시가 최근 1심에서 성추행 유죄 판결을 받은 민중미술가 임옥상(73)씨의 작품을 철거했지만 그의 작품을 설치 또는 보관하고 있는 경기 지자체들은 “최종 판결이 난 것이 아니다”는 등의 이유로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8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경기 지역에 있는 임 작가의 작품은 ‘신십장생도’(안산)와 ‘분당 율동공원 책 테마파크’(성남), ‘대지의 어머니’(광주) 등이다.

신십장생도는 경기도 산하 기관인 경기문화재단이 2005년부터 소장하고 있으며, 현재 안산에 있는 경기도 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도 문화재단 관계자는 “최종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인 데다, 경기도 자산인 만큼 도 지침이 나오면 그때 가서 논의나 검토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성남 분당 율동공원 내 책 테마파크는 임 작가를 포함해 4명의 작가가 함께 설계했다. 성남시는 4명의 작가가 참여한 작품이고 8개 조형물이 조화를 이룬 일체화된 구조여서 철거 여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지의 어머니는 광주 퇴촌면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나눔의집’에 설치돼 있다. 이 작품을 소유한 나눔의집 역시 별다른 대응을 검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씨는 2013년 8월 본인이 운영하는 미술연구소 직원을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로 10년 만인 올해 6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달 17일 임씨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 5일 서울시 중구 남산공원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씨의 작품인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조형물 2점을 전격 철거했다. 이에 정의기억연대를 비롯한 여성단체와 ‘기억의 터’ 추진위원들은 “임옥상 성추행 사건을 통해 만연한 여성 폭력의 현실을 드러내고, 범죄 이후 그의 파렴치한 행보까지 기록하는 방안을 찾자고 하였으나 서울시가 무시했다”고 규탄했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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