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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인가, 피해자인가… 연약한 하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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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 캐나다 온타리오주 어느 외진 집에서 두 사람이 살해된다. 범인은 마부와 하녀로 지목된다. 마부 맥더모트(커 로건)는 하녀 그레이스(세라 개던)와 살인을 공모했다고 자백한다. 그레이스가 결혼을 미끼로 자신을 꼬드겼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레이스는 억울하다. 맥더모트가 살인을 저지르는 동안 충격에 받아 실신했고,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진술한다. 맥더모트는 곧바로 처형된다. 그레이스는 수형 생활을 한다.
15년이 지난 후 그레이스에 대한 구명 운동이 펼쳐진다. 맥더모트의 무고로 누명을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황상 그레이스는 살인범일 가능성이 낮다. 문제는 그레이스가 당시 상황을 기억해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신질환을 특정해 그레이스를 방면해야 한다는 주장이 따르기도 한다.
그레이스를 돕는 이들은 젊은 정신과 의사 사이먼(에드워드 홀크로프트)에게 희망을 건다. 사이먼은 진료와 대화를 통해 그레이스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한다. 그레이스는 사이먼과 이야기하며 자신의 삶을 어린 시절부터 되돌아본다. 그레이스의 인생은 끔찍하다. 그레이스의 가족은 생계를 위해 아일랜드에서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레이스의 아버지는 딸에게 성적 학대를 가하고 폭력을 휘두르고는 했다. 그레이스는 가족을 위해 일찌감치 하녀로 생계 전선에 나서기도 했다.
그레이스의 가정사만 불우한 게 아니다. 하녀 생활은 착취의 연속이다. 살인적인 노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인집 남자는 그레이스와 동료 하녀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으려 호시탐탐 노린다. 친한 동료가 비밀스럽게 임신을 했다가 난산으로 숨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레이스의 진술을 통해 19세기 영국 식민지 캐나다의 풍속도가 화면에 펼쳐진다. 가진 자들에게 캐나다는 살기 좋은 곳이나 없는 자들, 특히나 열등민족으로 여겨지는 아일랜드 사람들에게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사회변혁의 기운이 꿈틀대며 노동운동이 본격화되나 그레이스는 어린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곁눈질할 겨를이 없다. 노동착취와 인권 유린 속에서 묵묵히 돈벌이에 전념하려 한다. 사이먼은 그레이스의 과거를 되짚으며 연민과 동정심이 인다. 그레이스를 향해 묘한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레이스의 진술은 사실일까. 기억이 지워진 척하면서도 자신이 의도한 바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건 아닐까. 그레이스는 살인을 할 동기가 충분했다. 주인처럼 구는 동료 하녀에 대해 앙심을 품었을 수 있고, 노동운동이 그레이스의 마음을 뒤흔들었을 수 있다. 그레이스는 착하고 여린 듯하나 무시무시한 일을 뒤에서 꾸밀 만큼 영특하기도 하다. 어쩌면 그레이스는 자신의 미모로 사이먼을 홀리고 있는 악녀일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노벨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는 캐나다 여성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시녀 이야기’가 대표작으로 꼽힌다)의 동명 소설(1996ㆍ원제는 ‘Alias Grace’)을 바탕으로 했다. 소설은 1843년 캐나다에서 벌어진 실화를 토대로 하고 있다. 그레이스는 신비감을 지닌 매력적인 인물이다. 영민한 살인범일 수 있고, 연약한 피해자일 수 있다. 진실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보는 이에 따라 그에 대한 판단은 달라진다. 드라마는 여성에 대한 선입견, 악녀라는 통념이 빚어내는 오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9%, 시청자 88%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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